물증 드러난 반헌법적 범죄행위,
끝까지 책임 묻겠다
블랙리스트 몸통은 김장겸, 안광한 경영진
“노조가 교묘히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로 MBC 경영진을 흔들고 있다.”
지난해 8월 당시 MBC 사장 김장겸이 내뱉은 말이다. 이 거짓말이 부메랑이 될 줄은, 김장겸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
지난 8년 MBC를 흔들고 오염시킨 반(反)헌법적 범죄, ‘블랙리스트’의 몸통은 바로 김장겸, 안광한, 김재철, 백종문, 권재홍, 이진숙 등 범법 경영진이라는 사실이 문건으로 확인됐다. 블랙리스트는 이들이 주장해온 “일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경영진이 직접 기획, 지시, 실행, 점검까지 한 행위였다. 오늘 발표된 MBC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MBC 전직 경영진은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지속적으로 전사적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부당전보, 배제 등 불법 행위를 해왔다.
2014년 7월 9일 안광한 당시 사장은 임원회의에서 “인사고과시 최하등급인 R을 부여하고, 인력을 퇴출시키기 위한 계획을 짜라”고 지시했다. 9월에도 안광한은 “소송을 감수하더라도 R등급을 부여해 내년에 3명은 퇴출시켜야 한다”고 지시했다. 당시 실제로 회사는 노조 탄압 목적으로 “저성과자 해고 프로젝트”를 만들고, 대형 로펌 두 곳의 자문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한 달 뒤인 10월 24일 경영진 일당은 이른바 “인력상황체크 방출대상” 78명의 블랙리스트 명단을 직접 보고받고, “보호관찰소”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외곽 유배지 신설을 논의했다. 일주일 뒤 78명 가운데 대다수가 구로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광화문 신사업개발센터, 경인지사 등으로 대거 부당전보됐다. 이 전보발령은 이미 법원이 불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안광한 사장은 보직자들의 노동조합 탈퇴 종용, 경력 입사자들의 노조 접촉 차단과 가입 방해 등을 직접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지시에 따라 당시 보도국, 기술연구소, 드라마본부, 라디오국 등에서 노조 탈퇴 종용과 가입 방해 등의 불법 행위가 실행됐다. 지난해 특별근로감독과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이같은 불법 행위가 모두 안광한, 김장겸 등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경영진은 임원회의에서 특정 PD와 아나운서들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하며 직접 프로그램 배제를 지시했다. 공정방송을 지탱하는 핵심 장치인 노사 동수의 공정방송협의회 자체를 없애고 “어용 노조의 세력 구축”을 논의하기도 했다. 심지어 노동조합의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지하 식당 앞 광장에 나무를 심으라, 노동조합 전자 게시판을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재배치하라는 촘촘한 지시까지 임원회의에서 논의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지시들은 실제 이행됐다.
2012년 파업 이후 초토화된 아나운서국에서는 그동안 추측만 하던 ‘블랙리스트’ 문건이 실체를 드러냈다. 제3노조의 핵심 간부가 동료 아나운서 32명의 성향을 분류한 ‘아나운서 성향분석’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인 백종문에게 보고한 것이다. ‘강성’, ‘약(弱)강성’, ‘친(親)회사적 성향’ 등 3개 등급으로 분류했고 이 분류에 따라 인사발령이 실행됐다.
노동조합이 지난해 8월 폭로했던 ‘카메라 기자 블랙리스트’의 책임자가 누구였는지도 드러났다. 당시 사측은 “보도본부 간부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문건이며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지만, 거짓말이었다. 감사 결과 블랙리스트에 기반한 ‘성향 분석 인사이동’ 문건이 보도국 부국장급인 박용찬 취재센터장에게 직접 보고됐고, 바로 다음날 보고된 문건 그대로 보복성 인사발령이 단행됐다. 특히 문건의 기획부터 실행 전 과정에 걸쳐 제3노조 핵심 간부가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오늘 발표된 블랙리스트 범죄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는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보복을 자행한 실정법 위반 행위일 뿐만 아니라,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MBC 구성원들을 격리, 배제, 해고하려 한 반헌법적 범죄행위이다.
‘진짜’ 드러나지 않았다. 우리는 이같은 행위가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국가 정보기관을 동원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하고 실행한 방송 장악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씨가 이미 재판에 넘겨졌지만,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범법 경영진이 기획‧지시‧실행한 수많은 버전의 노조 파괴, 공정방송 파괴 블랙리스트가 어딘가에 묻혀있을 것이다. 조합은 진상규명을 위한 더 구체적이고 엄정한 추가 감사를 사측에 요구한다. 또한 감사에서 밝혀진 새로운 증거들에 입각해, 블랙리스트 범죄와 부당노동행위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단지 과거 적폐세력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죄가 아니다. 철저한 조사와 반성을 통해 방송장악의 불행한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정방송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은 모든 MBC 구성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18년 4월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