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징계, 자멸을 재촉하는 경영진
김희웅‧이호찬‧조의명 기자, 김만진 PD 내일 인사위 회부
MBC 경영진이 또 다시 기자와 PD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회사는 내일(17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조의명, 김희웅, 이호찬 기자와 김만진 PD 등 4명의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은 윗선의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며 방송 제작의 자율성을 지키려 했거나, 합리적 의심에 기반한 ‘내부 고발’에 나선 사원들이다.
‘진실’을 거세하라는 부당 지시에 저항
조의명 기자는 지난 3월26일 방송된 <시사매거진 2580>의 세월호 인양 관련 보도에서 담당 국장의 지시를 불이행했다는 사유로 징계 대상에 올랐다.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의 지시들을 살펴보자. 조 국장은 ‘세월호 인양은 정부의 부담’이라고 적힌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일지 내용을 기사에서 삭제하라고 했다. 또 세월호 참사를 ‘세금 도둑’ ‘교통사고’ 등으로 폄훼한 당시 여권의 망언들에 대한 비판 수위를 ‘정치권 논란’으로 낮추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인양 지연을 비판하는 인터뷰 삭제를 요구하는가 하면, 기자의 팽목한 현장 멘트에서 ‘진실’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치유’로 대체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불방’까지 불사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언도 했다. 진실 삭제라는 부당한 지시로 일관한 국장과, 불온한 지시에 저항하며 ‘진실’을 수호한 기자 중 누가 징계를 받아야 하는가. 상식을 가진 평범한 시민이라면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다.
6월 항쟁 30주년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제작하던 김만진 PD도 인사위에 회부됐다. 김 PD는 담당 국장과 부장의 승인 하에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넘게 다큐를 제작하다 김장겸 사장 취임식 날인 2월28일 돌연 제작 중단을 통보받았다. 뚜렷한 배경 설명도 없이 그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국장의 언급이 전부였다. 갑작스런 중단 지시를 수용하기 어려웠던 김 PD는 사전에 약속된 취재를 한동안 진행하다 다른 부서로 전보됐다. 회사는 제작 중단 지시를 불이행하고, 사전 제작비를 과다 지출했다는 이유로 김 PD를 징계하겠다고 나섰다. 부당한 검열과 불방이라는 사건 본질은 외면하고, 담당 PD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인터뷰 조작’ 합리적 의혹 제기가 징계 사유인가
김희웅, 이호찬 기자는 지난해 <뉴스데스크>의 인터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국 김세의 기자의 인터뷰 파일 3개가 모두 동일인의 음성인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이었다. 각각 아이폰 사용자, 대형마트 납품업체 직원, 건설사 관계자 자격으로 한 인터뷰였다. 만약 이런 식으로 인터뷰가 조작됐다면 이는 보도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해사 행위이다. 실제 성문분석에서도 3명이 모두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도 회사는 김희웅, 이호찬 기자가 ‘음성파일을 무단 청취하고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해 취업규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뉴스의 신뢰도를 진정 걱정한다면 당연히 이 인터뷰 대상자들이 실제 아이폰 사용자, 납품업체 직원, 건설사 관계자인지, 아니면 아는 사람을 인터뷰 조작에 동원한 것인지 확인하는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회사는 감사 과정에서 인터뷰 대상이었다는 사람들을 접촉하고도, 이들의 직업이 실제 기사에 소개된 대로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핵심 의혹을 덮은 것이다. 두 기자는 당시 기자협회장, 노동조합 보도민실위 간사였다. 보도의 신뢰성과 직결된 중대 사안에 대한 합리적 문제제기를 징계로 입막음하려는 것이다.
전면적 경영진 퇴진 운동이 임박했다
내일 열릴 인사위에 대상자들은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위해 제작의 자율성을 지키고, 공영방송의 부조리를 과감히 고발한 사원들이다. 더욱이 해당 사원들의 징계 사유도 길게는 해를 넘겼거나 짧게는 두 달 여 전 발생한 해묵은 사안들이다. 뒤늦게 무리한 징계에 나서는 저의가 무엇인가. 아직도 탄핵된 친박 수구세력에 영합해 받아낸 기득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인가.
법원은 이미 수많은 판결에서 MBC 경영진이 인사권과 징계 재량권을 남용, 일탈했다고 판결했다. 징계 대상은 일선 기자와 PD 들이 아니다. 공정방송과 방송의 독립성을 파괴하고,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고, 수도 없는 불법 행위를 저질러온 전현직 경영진과 이들에 부역한 간부들이다. 노동조합은 이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언론 적폐의 상징, MBC 경영진의 퇴출이 임박했다.
2017년 5월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