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언론장악의 추억과 망령에서 벗어나라
자유한국당이 ‘언론 삼진 아웃’을 공표한 것을 보고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MBC가 표적으로 지목되어서가 아니다. 언론에 재갈을 물려 국민의 알권리를 저해하겠다는 으름장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자한당 미디어특위는 “문제 보도들에 각종 법적·제도적 조치를 취하고 출입기자단에 관련 현황을 메일로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문제 보도로 ’찍혀‘ 출입정지든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기자들이 알아서 조심하라는 엄포와 협박이다. 여전히 언론을 ‘통제와 지배와 대상’으로 보는 저열한 언론관이다.
당초 경기의 ‘룰’부터가 온당하지 못하다. 삼진인지 아닌지, 아웃을 시킬지 말지 경기를 벌이는 선수들은 알 길이 없고 오로지 자한당이 판단하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기준도 객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자한당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의 제보 과정에 대한 KBS와 MBC의 단독보도 내용이 일부 다른 것을 두고, 아직 사건의 진상이나 실체가 규명되지도 않았는데, 정정보도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황교안 대표의 ‘주 52시간제’ 발언에 대한 정의당의 비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을 두고도 불공정하다고 트집을 잡았다. 상식적인 국민이라면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자한당은 또, 언론을 상대로 ‘삼진 아웃’을 운운하면서 보수 유튜버의 의원회관 출입을 막은 건 또 ‘언론탄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편으로는 취재를 막겠다고 협박하고 또 한편으로는 취재를 막았다고 비판하는 꼴이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 없다. 과연 자한당에게 언론 자유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동의할 수 없는 대목은 시대착오적인 ‘언론 길들이기’ 방안을 공표한 자유한국당 언론미디어특위의 면면이다. 세월호 보도 통제 논란으로 대법원에서도 해임의 정당성이 확인된 길환영 전 KBS 사장,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5.18역사학회’ 소속의 이순임 전 MBC공정방송노조위원장, 아나운서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해 해고된 최대현 전 MBC아나운서 등, 과거 언론탄압에 가담했던 이들이 바로 자유한국당 언론미디어특위의 주요 위원들이다. 이들에게 과연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공정성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심지어 박성중 위원장은 스스로 ‘여당시절에 (방송사) 위의 두뇌는 어느 정도 지배를 했다’고까지 실토했다. 자한당이 발표한 ‘삼진 아웃’ 방침은 이미 언론과 세간의 비웃음을 사고 있지만, 언론장악의 암울한 시절을 직접 경험한 우리로서는 모골이 송연해질 수밖에 없다.
‘그들 입장’에서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언론장악의 달콤한 추억과 망령이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니다. 스스로 보수 유튜버급 정당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해도 말릴 이유는 없다. 그러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론을 장악하고자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노출하는 건 이제 그만 접길 바란다. 언론을 장악하고 길들이겠다는 건 시대착오적인 망령일 뿐만 아니라 더 이상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