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MBC 개입 장악, 낱낱이 진상규명하라
–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와 적폐청산 TF에 요구한다
국정원, <PD수첩> 제작진 규탄 지시 드러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국정원을 동원해 대선에 개입한 죄가 인정된 것이다. 그동안 국정원이 저질러온 전횡도 본격적으로 드랴나기 시작했다. 원세훈 원장이 언론 장악과 MBC 장악 역시 지시해온 증거들이 계속해서 공개되고 있다.
국정원은 광우병 관련 정책을 비판한 <PD수첩> 제작진이 명예훼손 무죄 판결을 받자, 직접 나서 사법부와 MBC를 비난하는 여론전을 펼쳤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PD수첩> 무죄 판결이 나오자 원세훈 국정원장은 “법원 판결의 부당성을 알리는 심리전”을 적극 전개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국정원은 여섯 차례에 걸쳐 전방위 온오프 라인 활동을 통해 제작진과 법조계를 규탄하고 사법부 판결 관련 ‘E-콘텐츠’제작 확산을 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촛불집회 관련 재판에 신영철 대법관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에도 비슷한 공작을 펼쳤다. 참여정부 때 임명된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기자회견을 배후 조종해 물타기를 시도하고 극우단체를 동원해 규탄집회를 열거나 온라인 기고, 시국 광고등을 하도록 지시했다.
이 두 사건과 모두 연결되는 곳이 바로 MBC다. <PD수첩>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정책 문제를 지적한 후 촛불집회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이후 촛불집회 관련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당시 신영철 대법관이 판결을 독촉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 재판 개입 사건을 단독 보도한 곳도 바로 MBC였다. 정권과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제 역할을 수행한 것이었다.
그런데 MBC 경영진은 괴이한 행보를 보였다. <PD수첩> 제작진을 부당 전보시켰다.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는데도 사과 방송을 하고 제작진을 비난하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신영철 대법관 촛불집회 재판 개입을 보도한 기자들은 법조팀 밖으로 쫓겨난 뒤 결국에는 취재부서 밖으로 부당전보됐다. 국정원, 또는 정권과의 결탁이 없었다면 설명할 수 없는 행보다.
수상한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새로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원세훈 원장은 “(언론이) 잘못할 때마다 쥐어패는게 정보기관이 할 일”이라고 말하며 언론 장악 의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좌파들이 계속 발목 잡으려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한미 FTA와 관련해서는 “언론에서 정부 여당에 대한 온갖 비난 기사가 실려 여론 악화되고 난 후 수습하려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라고 말하며 여론 조작, 언론 개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MBC가 녹취에서 직접 거론된 것은 아니지만, 4대강 대운하 의혹을 밝힌 프로그램이 바로 최승호 PD가 제작한 <PD수첩 –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최승호 PD는 2012년 해직된 후 아직도 복직을 못하고 있다. 한미 FTA 불공정 보도 지시는 2012년 MBC 기자협회가 제작거부에 들어간 계기 중 하나였다.
국정원, MBC 파업 개입에 출연자 사찰 전력까지
국가정보원은 2012년 170일 파업 등 노동조합의 각종 쟁의활동에 불법적으로 개입해왔던 것으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종편을 출범시킨 미디어법 관련 투쟁이 벌어졌던 2009년에는 언론노조를 ‘좌익 언론단체’, ‘김정일이 선동한 폭동세력’으로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했었다. 170일 파업 직후인 2012년에는 트위터 등으로 노동조합을 ‘종북노조’로 비방하거나 ‘이중생활 불법선거 운동’ 등의 말을 써가며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2013년에는 ‘안티 MBC 카페’를 개설해 “제작비로만 몰래 20억 횡령해놓고 파업하고 있는 귀족노조 MBC!”라는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게시하기도 했다.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였던 김미화 씨에 대한 사찰도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지난 2012년 김미화 씨는 국정원 직원이 2010년에 두 차례 찾아와 “청와대에서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김미화 씨에 대한 프로그램 이동 및 하차 압박이 시작된 것은 국정원 사찰 이듬해 4월부터였다. 라디오 편성기획부장이었던 김도인 본부장이 김미화 씨에게 프로그램 이동을 요구했고, 당시 사장인 김재철 씨마저 엘리베이터 안에서 하차를 직접적으로 요구했었다.
권력 비판 보도를 해온 MBC 뉴스데스크 광고 판매에 개입한 의혹도 있다. 계속된 압력에 결국 2009년 뉴스데스크 앵커에서 하차한 신경민 의원은 국정원이 광고주 기업들을 압박해 광고가 붙지 않도록 한 정황을 폭로했었다. 광고를 빼달라고 요구한 기업의 임원이 ‘국정원 경제과에서 자꾸 전화가 온다’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반헌법적 반시장적 범죄행위 반드시 진상규명해야
국정원의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헌법 가치를 파괴하고 방송법을 위반한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사법부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사법부의 비난을 배후 조종해 3권 분립의 원칙을 짓밟았다. 권력 비판이라는 본업을 수행하는 언론사를 탄압해 언론 자유를 짓밟았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해 헌법이 보장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무시했다. MBC의 편성과 경영에 불법적인 압력을 가해 방송 독립성을 훼손했다.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와 적폐 청산 TF에 요구한다. 반드시 국정원의 MBC 장악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라.
2017년 8월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