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장을 다 잘 뽑아야 한다
–빚진 사람없다, 능력만 보겠다는 약속 반드시 이행해야
지역사는 수사가 아닌 현실로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해가 가도 적자 폭은 줄지 않고 지역 MBC의 지역 공영 방송 역할은 급속도로 축소될 것이다. 특단의 대책은 현재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되찾는 것이고 그 첫 단추는 바로 내년 초에 선임하는 15명의 사장이 될 것이다.
3년 전 회사의 선택을 돌아보라. 모두가 과연 최선이었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위기에 처한 지역 MBC를 맡은 16명의 사장들 가운데 일부의 현실인식은 참담했다. 방향을 잃고 헤매는 모습은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조직 운영, 경영수완, 노사관계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났고 치유가 어려운 곳도 생겼다. 오죽하면 사장 불신임을 결정하는 중간 평가를 발의하는 지경에 이르렀겠는가. 제도만으로 인사를 완성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는 비용치고는 너무 비싼 값을 치렀다.
시행착오를 반복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어느 때보다 경영 능력이 절실하다. 수많은 지원자 가운데 玉石을 가려야 하고 반드시 玉을 골라내야 한다. 벌써부터 서울과 지역을 막론하고 인사권자와 인연을 내세우거나 관행을 앞세워 한자리 얻어내려 한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노사 동수의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를 검증하는 취지를 허물려는 행태들이다. 박성제 사장은 여러 차례, 오로지 지역사 경영 해결 능력만을 보고 사장을 선임하겠다고 밝혀왔다. 박사장은, 청탁을 하는 이에게는 불이익을 줘서라도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지난 1월 본사 사장 선출 당시 노동조합은 국민 참여를 제안했고, 방문진은 시민 참여단이 3인의 후보를 최종 2인으로 압축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실행이 유보됐지만 의미 있는 변화였다. 지역사 사장 선임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 현행 임추위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개선했다지만 완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역사 사장 가운데 극히 일부라도 함량 미달 인사가 뽑힌다면 해당사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15명 가운데 14명을 제대로 골랐다고 한들 만족스러워 할 수 없는 이유이다.
“모든 사장을 다 잘 뽑아야 한다” 조합은 이렇게 요구하고 실천할 것이다. 사장의 능력은 임기를 시작해야 알 수 있어 매우 신중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대정신을 반영한 안정적인 제도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무능하거나 좋은 노사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인물을 걸러낼 정교한 장치를 위한 논의가 중단돼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한다. 진보적 절차와 충실한 운영은 바로 MBC의 공영성과도 밀접한 사안임을 직시해야 한다.
2020년 11월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