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외치는 성명이 파도를 이루고 있다. 유린당한 자긍심에 대한 통한(痛恨)의 소리이자, 우리가 겪은 모멸(侮蔑)에 대한 성난 음성이다.
지난 8년간, 우리는 견디고 또 버텨왔다. 수많은 이들의 손으로 이룬 MBC의 전통이, 조롱과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한 시간. 언론인으로서의 자율성이 심대하게 훼손된 시간이었다.
라디오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사 프로그램을 비롯해, 방송 내용과 업무 전반에 대한 검열과 지시가 일상화되었고, 때로는 폭력적으로, 때로는 교묘하게, 나중에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스며들어왔다.
부당함에 항의하면 징계 받고 배제되고 유배당했다. 차라리 나였다면 쉬웠을 것을, 십년 넘게 함께한 진행자와 선배, 동료, 후배를 볼모로 삼을 때면, 이를 더욱 악물어야했다.
법과 제도가 있으되 ‘지키지 않으면 그 뿐’이라는 저들의 뻔뻔한 태도에, 상식과 원칙이라는 것이 이토록 무력한 것이었는지 기가 막혔고, 저들의 조롱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무력한 자괴감을 느꼈다.
많은 MBC 사람들이 수십 번, 수백 번 씩 생각했을 것이다. 이 비루한 생활을 버리고 차라리 떠나면 좋겠다고. 어떤 이들은 그래서 떠났고, 어떤 이들은 차마 그러지 못했다. 거창하지도 않은,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이곳이 우리 일터이고, 우리가 일궈온 삶의 자락이었기 때문에!
올 지도, 오지 않을 지도 모를 순간을 위해, 우리는 견뎠다.
우리는 떠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김장겸! 당신이 떠나라!
정권에 충실히 부역한 대가로 지금의 자리에 앉은 당신! 그리고 언론 부역자들에게 명한다!
이제 우리는 이곳에 남은 적폐를 모두 쓸어낼 것이다. 그리고 되찾을 것이다.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할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과 자긍심을.
부당하게 일터를 잃은 라디오 PD들을 위시한 우리의 동료들과 MBC의 유구한 전통을.
반드시 원래의 자리로 되돌릴 것이다.
2017년 6월 14일
[MBC 정상화를 염원하는 라디오국 PD 조합원 일동]
강철 강희구 김나형 김보람 김철영 김현수 고성호 남태정 박정언 박정욱 박혜영 박혜화
서미란 손한서 송명석 신성훈 안동진 안재주 안정민 양시영 엄재웅 용승우 유천 윤성환
이대호 이민선 이한재 장수연 정영선 최우용 하정민 한재희 홍동식 홍희주 (이상 34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