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김재철의 길을 가겠다면, 같은 운명을 맞게 할 것이다
지난 금요일 방송문화진흥회는 언론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참담한 기록을 남겼다. 방문진은 안광한에게 MBC의 3년을 맡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안광한은 누구인가? 편성국장, 본부장을 거치는 동안 ‘PD수첩’ 등의 경영진 사전 시사를 고집해 4대강 관련 프로그램을 결방시키는 등 제작 자율성을 위축시키고, ‘후플러스’ 등을 폐지하면서 시사 보도프로그램을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또, 김재철 체제 당시 부사장과 인사위원장으로서 파업 참여 노조원들에게 온갖 보복성 징계의 칼날을 휘두른 장본인이다. 한마디로 ‘170일 파업’의 원인을 제공하고, 파업 복귀 이후에는 저열한 보복극에 앞장섰던 김재철 체제의 공범이다.
방문진은 사법부가 내놓은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김재철 체제의 공범을 다시 MBC 수장 자리에 앉히는 참담한 결정을 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이 용도 폐기된 사이, 여야 정치권이 특위까지 만들어놓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 사이, 방송문화 진흥회라는 고상한 이름의 집단이 또 한 번 시대착오적인 판단을 내리고 거수기의 오명을 자처한 것이다.
알고 있는가? 지금 MBC는 신뢰도 추락, 시청률 하락, 인재 유출이라는 3중고를 겪고 있다. 50년 역사의 MBC가 뿌리째 흔들려 쓰러지려 하고 있다. 무엇이 MBC를 이렇게 만들었나? ‘정권에 조인트 까인’ 낙하산 사장 김재철에 이어, ‘노조 탈퇴 종용’ 김종국의 비정상 경영 때문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도로 김재철 체제라니, 이런 뻔뻔하고 참담한 현실에 억장이 무너진다.
MBC에 발을 들여놓기 전 안광한은 분명히 해야 한다. 당신은 공영방송 MBC의 사장으로 왔는가? 아니면 정권의 충견으로 온 것인가? 당신은 스스로 몸담았던, 법원이 ‘위법상태’로 규정한 김재철 체제에 대해 사죄할 것인가? 아니면 그 추악한 행태를 다시 답습할 것인가?
우리의 주장은 단순하고 분명하다. 공정성 회복, 해고자 복직, 단체협약 복원. 비정상의 정상화, MBC를 경쟁력과 자부심을 회복하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우리는 분명히 하고자 한다. 또 다시 김재철 체제에 부역하던 태도로 눈과 귀를 닫고 증오와 보복의 미친 칼춤이 계속 된다면, 안광한 사장의 말로는 이미 결정된 것과 다름없다. 김재철의 길을 가는 자 김재철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2014년 2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