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실위 외부 모니터링 보고서 2차] 젠더분야 – 다양성 데스크, 올바로 활용하려면?

다양성데스크, 올바로 활용하려면?

 

MBC는 스포츠, 뉴스, 디지털, 시사교양 부문에서 다양성데스크(4명)를 겸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평등이 중심인 ‘젠더데스크’에서 더 나아가,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존중까지 포함된 데스크입니다. 그러나 현업에서는 다양성데스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더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을지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이에 민실위 2차 외부 모니터링 보고서는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에게 도움을 받아, 다양성데스크가 현업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활용방안과 전략을 알아봤습니다.

 

Q. 앞서 젠더데스크를 운영한 국내 언론사의 사례나, 부문별로 두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KBS의 성평등센터의 사례 가운데 참고할 내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2022년 12월 현재 젠더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는 언론사는 한겨레신문, 부산일보, 경향신문이 있다. 이중 한겨레는 지난 2019년 5월 최초로 젠더데스크를 도입한 뒤 2020년 11월 젠더 팀을 구성하고, 2021년 5월에는 내부 성평등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시스템을 잘 구축했다.

한겨레의 1기 젠더데스크와 2기 젠더데스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운영됐다. 1기 젠더데스크는 편집국장과 함께 ‘데일리로 기사를 막는’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 사이 이견으로 갈등이 일어난 적도 있었지만, 성인지감수성이 중요한 판단기준이라는 생각이 전반적으로 퍼졌다. 2기 젠더데스크 때는 젠더프리즘이라는 지면을 통해 젠더 이슈를 살피는 코너를 별도로 신설했으며, 젠더 팀에서 더욱 전문적인 젠더이슈 기획 기사를 만들어냈다. 한겨레의 젠더 팀은 성평등 저널리즘 가치 확산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2021년 민주언론상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겨레의 내부 성평등 보도 가이드라인은 지난 2022년 7월 인하대 사건 보도에서 주요하게 활용됐다. 당시 언론들은 피해자가 사망한 현장의 모습 등을 불필요하게 자세하게 묘사하며 2차 피해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졌다. 반면 한겨레 보도는 문제가 됐던 공통된 표현 등이 들어가지 않아 칭찬의 대상이 됐다. 그럼에도 <선정적, 성차별적 제목 고백합니다>라는 칼럼을 통해 한겨레 역시 최초 보도에서 문제가 된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을 고백했다. 10시 43분에 최초 보도를 했지만, 4분 뒤인 47분에 ‘여대생’ 등 표현이 성평등 보도 가이드라인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51분에 수정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8분 만에 잘못을 수정할 수 있는 의사 결정 구조다. 이는 젠더데스크와 내부 성평등 보도 가이드라인이 주효하게 작동됐다는 의미다.

KBS 성평등센터는 지난 2018년 방송사 최초로 개소했다. 발족 당시 여성기자협회에서 강력하게 요구하고, 이사회 일부가 성평등 저널리즘 실현 의지를 표명하고, 이를 경영진이 주요 과제로 수용한 결과다.

성평등센터는 KBS의 성책과 콘텐츠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위한 필요성뿐만 아니라, 회사 내 성희롱·성차별·성폭력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기관의 필요성, 성평등한 조직을 만들어가기 위한 거점조직의 필요성 등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형태다. 처음 발족할 때는 성차별과 성희롱 등에 대한 신고 및 상담 업무에 더 초점이 맞춰졌는데, 조직 내 문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적극적인 성평등 교육과 정책 방향 제시를 위한 연구 등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두순 출소를 앞둔 지난 2020년 11월 26일, 필자는 KBS 보도국 데스크를 대상으로 성평등 저널리즘 강의를 했다. 당시 KBS 보도국은, 과열된 취재와 보도로 피해 아동과 가족은 물론 조두순 거주지 인근 주민들까지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도할지 내외부에서 의견을 구하는 중이었다. 필자는 강의에서 해외의 범죄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과 아동성범죄자의 주목도를 높이는 보도의 문제점을 소개했다. 강의 직후 열린 데스크 회의에서 조두순 출소와 관련된 현장 보도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2022년 1월에는 이전 올림픽 중계나 보도에서 발생한 성차별적 문제와 올림픽의 젠더 이슈에 대한 강의를 가졌다. 올림픽 중계를 앞두고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이 성평등센터에 요청해서 진행한 강의였다. 이 같은 맞춤식 강의를 계획하고 시행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성평등센터라는 거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센터에선 성평등 정책 연구도 진행한다. 지난 11월 성평등센터와 공영미디어연구소는 지난 5년간의 KBS 미디어 다양성 조사 데이터에 근거해 자사 콘텐츠 등장인물의 성별·연령대·장애인 비율 등 다양성 정도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젠더데이터는 이후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별도의 조직으로 존재하다보니 한계도 있다. 성평등센터는 5개월간 센터장이 인선되지 않아 업무의 공백이 발생했는데, 이처럼 경영진의 의지에 따라 조직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 내부 보도 가이드라인이나 젠더 이슈 기획 등 콘텐츠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이는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다.

 

 

Q. 다양성데스크나 젠더데스크는 ‘데스크’라는 단어 때문에 기사를 수정하는 ‘데스킹’ 업무에 초점이 맞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데스크는 현장 기자들과 논의해 기획이나 연속 보도도 만듭니다. 타사의 젠더데스크 가운데 기사 발굴과 제작 등에도 도움을 준 긍정적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궁금합니다.

 

A. 먼저 ‘데스킹’ 업무는 기본적으로 소통을 겸한다. 잘못된 표현을 찾아내고 고치는 과정은 단순한 수동적 업무가 아니다. 조직 구성원의 신뢰는 물론와 조직 전반적으로 성평등 저널리즘에 대한 동의 수준이 높아야 가능하다. 그래서 젠더데스크는 조직 내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성평등 저널리즘이 올바르게 안착되도록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에도 힘써야 한다.

물론 콘텐츠 전반에서의 성평등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사 발굴과 제작 측면에서는 젠더 기획 의제에 대한 후배 기자들의 발제를 좀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젠더 의제를 단순히 5월 가정의달이나 7월 양성평등주간, 11월 세계여성폭력추방의날에 한정해서 다루거나 주변화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2015-2020 주요 일간지 젠더 이슈 기획보도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이 기간 중 동아일보는 단 한 건도 젠더 이슈 기획 기사가 없었다. 또 조선일보는 1건, 문화일보 1건, 중앙일보는 2건으로 나타났다. 이들 언론사는 개별사건 보도에 치중할 뿐 문제의 원인에 대한 심층보도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와 세계일보는 각각 7건, 7건의 젠더이슈 기획 기사가 나왔는데, 모두 2018년 미투 이후 성폭력과 미투 운동에 집중된 보도였다. 한편 서울신문과 한겨레는 8건, 한국일보는 7건의 기획 특집 보도를 했다. 이중 서울신문은 내부에 젠더연구소를 설치한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도드라졌다.

가장 많은 기획 이슈보도를 한 신문사는 경향신문이었다. 경향신문은 현재 별도의 젠더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젠더팀이 없었다. 대신 젠더 관련 기사를 큐레이션 하는 플랫폼인 ‘플랫’을 통해 젠더 관련 이슈를 자주 보도했다. 또한 한국일보는 ‘허스토리’라는 팀에서 뉴스레터와 기획기사 등을 진행했다. 한겨레신문은 ‘슬랩’이라는 젠더 이슈에 집중된 유튜브 콘텐츠팀을 만들어 운영했다.

이처럼 언론사마다 이런 뉴미디어 콘텐츠 팀을 따로 운영한 사례들이 있다. SBS ‘스브스뉴스’, 한국일보 ‘프란’, CBS ‘씨리얼’, 중앙일보 ‘듣똑라’ 등이다. 이런 형태의 신생 뉴미디어 팀은 미투 운동 전후 다수의 젠더 기획을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이슈가 됐던 분야를 다양하고 발 빠르게 다뤘다.

물론 단건 보도인지, 연속·블록화 보도인지가 핵심은 아니다. 그러나 사건 중심 보도는 사건 묘사를 위주로 한다는 점 외에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 사건 중심 프레임은 아무래도 개별 사건에 대한 단편적 사실을 나열하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사건과 사회구조를 연결하는 대신 단편 사건의 일탈성에 관심을 갖게 한다. 반면 이슈를 중심으로 프레임을 구성하면 유사한 사건의 배경과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사건의 본질에 대한 일관성 있는 이해와 분석을 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래서 사건이 중심이 되는 단건 보도보다 이슈를 만들고 끌어갈 수 있는 규모 있는 보도가 필요하다.

특히 젠더 이슈 가운데 성폭력 관련 보도는 사건이 일어난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도모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의 태도를 취해야 한다. 미국의 성평등미디어연구자 캔디 카터 올슨과 트레이시 에버바흐는 성폭력 보도를 위한 4단계 가이드를 제안했다. 1단계는 성폭력을 정상화하는 사회적 통념에 도전할 것, 2단계는 피해자를 격려하고 응원할 책무가 있다는 것을 환기할 것, 3단계는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보도할 것, 4단계는 그럼에도 성폭력 보도는 실패할 수 있으며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있도록 할 것이다. 이를 좇으려면 사건 중심 보도보다 이슈 중심 보도가 더 적합하다.

 

9~11월 뉴스데스크 전문가 인터뷰 성비
분야
외교안보 94% 6%
정치 93% 7%
경제 89% 11%
보건복지교육 82% 18%
기후환경 76% 24%
법조 75% 25%
문화 63% 38%
인권사회 58% 42%
기획탐사 50% 50%
총계 79% 21%

 

Q. 지난 9~11월 뉴스데스크 리포트의 전문가 인터뷰 성비를 보면 남녀가 4:1 수준입니다. 남자 성비가 우세한 정치·외교안보 분야를 제외해도 남녀 성비는 3:1에 달합니다. 해외 젠더 관련 연구를 보면 뉴스의 성평등 확보를 위해 전문가의 성비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는데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국내 언론사에서 전문가 성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해당 영역의 전문가 성비를 맞추는 것은 여성 전문가가 실제보다 적게 있는 것처럼 왜곡되는 과소대표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남초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아가는 여성전문가의 경우 방송 출연이 이미지로만 소비될 가능성이 있어 스스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언론사에서 여성 전문가 패널을 더 늘리기 위해, 내부적으로 여성 전문가 패널 리스트를 별도로 만들고 공유하는 등의 작업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KBS나 한겨레의 경우 여성이나 남성 할 것 없이 전문가 패널에 대한 정보를 사내 데이터베이스에 업데이트한 기자에게 수당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정책이 여성 전문가 패널을 늘리는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가 성비 불균형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첫발은 데이터다. 지난 2022년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시사·보도 프로그램 패널들의 영향력과 문제점을 진단한 <방송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다양성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지난 2012년 12월 1일부터 2022년 5월 9일까지 10년간 종편 4사와 지상파 3사의 패널 구성과 출연 횟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이 93.7%, 50대가 46.3%로 나타났다. 이처럼 자사의 전문가 출연 성비가 어느 수준인지 등을 내부적으로 점검해 문제라고 인식하고, 해당 분야의 여성 전문가는 없는지 보도에 협조해줄 수 있는 신뢰를 쌓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해결 방법을 찾는 것 자체가 중요한 첫발이다.

건배 메시지.

어떤 정보를 수정하시겠습니까?

내 정보 수정 게시글 수정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