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부실, 속보도 부실 – 이인규 실형 선고 기사 누락
법원 “공권력 남용으로 자유, 권리 침해…실형 선고”
지난 15일 법원이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기소된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지원관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국무총리실 직원 3명도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지원관 등은 김종익 씨가 처음부터 민간인임을 알면서도 조사하고 압력을 행사해 대표이사직을 사직하고 보유 지분을 양도하게 한 점이 인정된다”면서 “누구보다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며 국민에게 봉사하고 인권을 보장해야 할 공무원들이 지위를 오·남용해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지극히 비난받아야 할 중대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새로운 팩트가 없다?”… 뉴스데스크 단신도 안 나가
SBS는 리포트로, KBS는 단신으로 이 소식을 전했고, 주요 일간지들도 빠짐없이 판결 내용을 상세히 다뤘다. 그런데 우리 뉴스에선 선고가 난 직후인 낮 뉴스는 물론 <뉴스데스크>에서도, 마감뉴스에서도 단신조차 나가지 않았다. 편집회의의 판단이었다. 당초 취재기자는 뉴스데스크용 리포트를 제작하겠다고 보고했지만, 편집회의에선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기사가 많다는 이유로 단신 처리하자고 결정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뉴스 진행 도중 빠져 버렸다.
편집부장은 “리포트를 해야할만한 새로운 팩트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기소했을 때 이미 유죄라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고, 그것을 법원이 확정지어준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단신으로 내보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기사가 넘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빠졌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실형 선고, 그 자체가 새롭고 중요한 팩트
새로운 팩트가 없다? 이번 판결은 사법부가 행정부의 인권 침해 행위를 분명하고 명백한 권력 남용으로 판단했단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법원이 대개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에서, 검찰 구형만큼의 형량을, 그것도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했다는 것은 이례적으로 엄한 처벌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다시 말해 법원이 검찰보다도 이 사안을 더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며, 검찰의 부실수사가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그 만큼 사회적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한 ‘팩트’인 것이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법원의 엄중함이 실려 있는 첫 선고 결과, 그 자체가 ‘팩트’가 아니라면 더 이상 어떤 팩트를 찾아야 하는 것인가.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은 정부 기관이 공권력을 남용해 한 시민의 삶을 철저히 짓밟음으로써 사회적으로 거대한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안이다. 그러나 우리 편집회의는 6월말 국회에서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도 “사안의 폭발성을 감지하지 못해” 단신으로 처리하고 넘어갔고, 방송 이후 큰 파장이 일었을 때도 “새로운 팩트가 없으면 하지 말자”는 판단에 따라 한동안 침묵했고, 8월초 의혹의 핵심을 파헤치기는커녕 물음표만 가득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왔을 때도 짧은 리포트 한 꼭지로 봉합해버렸다. 도대체 우리 보도국 수뇌부에게 이 사안을 비중있게 다룰만한 ‘새로운 팩트’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싶다.
이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국회에선 ‘BH 메모’, ‘청와대 대포폰 지급’ 등 이른바 ‘윗선 개입 의혹’ 정황이 계속 불거졌고, 여당에서조차 검찰의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오는 22일엔 총리지원관실의 하드디스크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진경락 전 총리실 기획총괄과장 등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예정돼 있다. 보도국이 진정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면, 스트레이트 기사 하나하나에 대한 보다 면밀한 판단과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의혹들에 대한 보다 충실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 문화방송노조특보 제163호 <2면> 민실위 보고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