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실위메모> 2020.06.15
뉴스데스크는 ‘BTS 데스크’인가
뉴스데스크가 개편을 앞두고 있다. 경영적인 측면을 고려한 ‘위에서의’ 개편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뉴스의 방향성이 무엇인지 그 모호함에 구성원들의 우려와 불안이 크다. 지금 우리 뉴스를 냉정하게 바라볼 때, 이런 우려를 그저 기우로 치부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 일주일동안 뉴스데스크는 그런 빌미를 충분히 제공했다.
일주일새 BTS ‘4꼭지’.. 국회 원 구성 협상은 ‘0’
지난주 뉴스데스크가 주목한 이슈 중 하나는 아이돌 그룹 BTS의 선행과 근황이었다. BTS 기사가 일주일 동안 모두 4차례에 걸쳐 보도됐다. 7일부터 12일까지 만 엿새 동안 각각 리포트를 통해 BTS가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미국 온라인 졸업식에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팬들과 함께 코로나 확신 방지를 위한 기부활동을 벌였다는 소식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전했다. 금요일인 지난 12일은 BTS의 새 뮤직비디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촬영지인 ‘대장금파크’가 팬들의 ‘성지순례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소식을 2분 30초의 시간을 들여 친절히 설명했다.
반면 지난주 국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원 구성 협상은 단 한 번도 메인뉴스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상임위원장 배정을 비롯한 원 구성의 법적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법적 시한을 넘겨 원구성 파행이 가시화된 지난 8일, 국회의장이 상임위원장 선출 기한을 오늘(15일)까지로 최후통첩을 한 지난 12일에도 뉴스데스크는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타 방송사들의 메인뉴스는 위 날짜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모두 관련 소식을 전했다. 낮에 반복된 뉴스를 굳이 저녁뉴스에 내지 않겠다는 과감한 판단은 MBC만이 감행했다. 그리고 각각의 날짜에는 어김없이 BTS가 대중과 MBC의 드라마 촬영지에 끼친 ‘선한 영향력’이 비중있게 보도됐다.
의회감시 중요성 역설, 뉴스데스크의 ‘자기 모순’
타 지상파 뉴스보다 훨씬 긴 80분의 메인뉴스에 정작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한 의회 감시 보도가 단 한 건도 보도되지 못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를 대신해 들어가는 리포트가 BTS와 자사 홍보였다면 더군다나 변명의 여지가 없다. 더욱이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면서 의회 감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건 우리 자신이었다.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일하는 국회‘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받는 만큼 일하는 국회를 보기 위해선 국민의 관심과 감시가 절실합니다.” <5. 26 뉴스데스크>) 낮시간 동안 소비된 뉴스라고 해도 우리만의 관점과 취재를 담아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국회의장이 최후통첩을 한 지난 12일 KBS에서는 ”국회의장이 사흘의 시간을 더 준 것이 기다릴 만큼 기다린 것이고, 통합당 없이 상임위원장을 뽑겠다는 명분을 쌓는 효과가 있다’는 해석을 붙여, 시청자들에게 상황의 맥을 짚어주었다.
스트레이트 기사 외면.. 연성화‧신뢰도 하락 ‘경고등’
뉴스데스크의 편식에 대한 우려는 비단 지난 일주일간의 문제가 아니다. 보도 책임자 스스로도 이른바 출입처 기사가 중심이 되는 ‘스트레이트’ 부서가, 인력과 여력에 비해 뉴스데스크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새로운 취재와 보도 형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하지만, 이같이 진단을 내리는 지휘부 스스로가 뉴스 연성화와 신뢰도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작금의 상황은 말해주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말 뉴스데스크에 나온 ‘1일 1깡’의 경우도 자사 예능 프로그램의 홍보 성격이 있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유튜브 패러디 영상을 갈무리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시사 보도 목적이라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군색하지만, “지상파 메인뉴스에 이런게 나온다고?”라고 묻는 댓글은 더욱 뼈가 아프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무엇이 시청자들을 위한 뉴스인가. 무엇이 구성원에게 자신이 ‘좋은 뉴스’에 기여하고 있다는 성취감과 보람을 주는가. 개편을 앞두고 더 늦기 전에, 지금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