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실위 외부 모니터링_노동·젠더 이슈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올해 하반기부터 MBC의 보도·제작 프로그램 가운데 노동인권과 젠더 이슈에 대해 <외부 모니터링 보고서>를 시범적으로 받아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양적인 모니터링 보고서가 아니라 현업에서 활동하는 외부 전문가에게 MBC 보도·제작 프로그램이 놓친 점이나 보완할 점, 발전시킬 점 등을 듣는 것입니다.

노동인권과 젠더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가는 오래 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최근 사회·문화적 상황에서는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로 양분된 기준보다 더욱 다양한 기준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취재·제작 과정에서 모든 기준을 고려하면 좋겠지만 마감 시간과 방송 분량 등 제약이 많은 실정입니다. 이에 <외부 모니터링 보고서>는 조합원들이 노동인권과 젠더 분야를 취재하고 제작할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나아가 공영방송이 노동인권과 젠더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할 지 고민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민실위 메모를 통해 모두 세 차례 발행될 예정인 <외부 모니터링 보고서>의 노동인권 분야는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이, 젠더 분야는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이 맡았습니다. 첫 <외부 모니터링 보고서>는 9월 중 민실위 메모를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기계적 중립 탈피 환영”

첫번째 보고서에서 탁종열 소장은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 보도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과 하청노동 이슈의 확장 필요성에 대한 조언을 건넸습니다. 각종 신문이 노동부, 산업부 장관의 “불법 파업 중단” 담화와 행안부 장관의 “공권력 투입 가능성” 발언을 그대로 전한 데 반해, MBC는 중계식 보도 대신 파업에 이르게 된 배경과 원인을 자세히 보도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노동조합과 회사, 정부의 입장만을 소개하는 ‘기계적 중립’에 빠지지 않고, 정부와 산업은행의 역할, 다단계 하도급의 문제, 저임금 불안정 고용 실태 등 주요 쟁점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극 제공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더 발전해야 할 부분도 지적했습니다. 노동인권문제는 노동자를 둘러싼 금융과 산업 구조 등 경제적 측면, 그리고 복지나 법령 등 정책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어떤 근본적 원인이 노동자가 일터를 떠나게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를 금융의 관점으로 보면, 산업은행과 정부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고 탁 소장은 말합니다. “산업은행과 정부는 이번 파업을 유발한 당사자로,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적 문제를 자본으로 해결하려다 위기만 더욱 키웠다”는 것입니다. 탁 소장은 지난 하청노동자 파업 사태를 ‘최근 조선업 호황의 불확실성’이나 ‘조선업 원·하청의 구조적 문제’ 등 어떻게 경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2차 가해에 위축 말아야”

젠더 분야의 첫번째 보고서는 소통으로 시작했습니다. 지난 8월 24일 권김현영 소장과 기자·PD 조합원 등 5명은 차담회를 갖고, 성폭력 관련 취재·제작 과정에서 고민했던 문제와 궁금증을 나눴습니다. “우려되니 하지 말자”가 아니라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논의했습니다.

특히 ‘2차 가해’에 대한 깊은 얘기가 나왔는데, 권김 소장은 “2차 가해가 기자와 PD를 위축시키는 담론이 돼면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피해자에게 물어보는 것은 2차 가해’라는 말은 사건이 언급되길 원치 않는 가해자도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피해자에게 묻는 것 자체가 2차 가해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나서지 않으면 보도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좋지만, 보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피해자를 설득할 수도 있다며, 피해자의 걱정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을지 얘기를 나눴습니다.

지난 7월 인하대 사망사건 보도에 대해서는 현업에서 고민을 많이 했던 ‘표기’와 ‘단어선택’ 문제가 많이 언급됐습니다. 보도 다음날까지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고민했던 성별 표기에 대해서는 “선정적이었던 타사의 최초 보도가 일으킨 잘못된 열기를 빼는데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며 ‘피해 여학생’과 ‘가해 남학생’을 같이 써주는 것은 괜찮다고 평가했습니다. 단순히 성별을 없애는 것이 성평등이 아니며, 기사는 정보 전달이 목적이기 때문에 성별 표기가 상황을 더 정확히 전달한다면 균형 있게 써주면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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