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에 이어 <시사매거진 2580>, <경제매거진 M>,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을 담당하는 시사제작국 전 부서의 구성원들이 제작 중단에 돌입했습니다.
오늘 오전 기자회견 모습입니다.
기자회견 발언을 소개합니다. 먼저 노경진 기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MBC 시사제작국에서 시사매거진2580 프로그램을 맡고있는 노경진이라고 합니다. 기자인 제가 이렇게 기자회견장에서 여러 기자분들 앞에 선다는 게 영 낯설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지난 5년간 MBC 는 이렇게 제대로 된 취재와 보도를 하는 언론사라기 보단 오히려 취재의 대상이 되고 뉴스거리로 또 조롱거리로 시청자, 독자들에게 인식됐을지 모릅니다. MBC 구성원으로서 한없이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지난 5년간 저희가 응당 행해야하는 사회의 공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도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설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개인적으로도 한 조직의 조직원으로서도 도저히 지금의 부당함과 부조리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록 mbc에 대한 신뢰도, 스테이션이미지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맡은 프로그램에선 저희에게 허락되는 한 언론의 역할을 해보자 싶었습니다. 그것이 비록 5~6% 시청률이지만 애정을 가지고 봐주시는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이고 제작일선에서 배제돼있는 동료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전 mbc가 그래왔듯이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 약자와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 사회의 이면를 깊이있게 분석해보는 아이템을 해보자고 감히 희망했습니다. 기획하고 발제하고 취재하고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벽에 부딪혔습니다. 제가 이제 15년째 기자로 일하고 있는데 딱 2012년 파업 이전과 파업 이후로 반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됐던 앞서의 10년과, 이후 지금까지의 굴욕적이고 패배감에 가득 찬 5년. 어떻게 하면 이 아이템이 ‘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수뇌부의 극도로 편향된 시각의 사각지대에 자리잡아 편집회의까지 무사히 통과될 수 있을까. 스스로도 비겁할 정도의 사전검열을 하고 머리를 써서 발제하지만, 결국 무참히 잘리고, 설사 살아남는다 해도 방송직전까지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인터뷰이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까지. 시시콜콜 집요할 정도로 사상검열과 수정지시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채로 아이템을 방송하면 이건 결국 애초 기획했던 아이템도 아니고 시청자들을 위한 아이템도 아닌 그저 아무도 원치 않는 무미하고 내용 없는 시간 때우기용 영상물이란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정신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지고 비참함과 자조를 떨칠 수가 없습니다.
더욱 견디기 힘들었던 건 주변에선 자꾸 동료들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이같은 엄혹한 제작환경에서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국정농단 사례를 끈질기게 취재해 단독보도를 이어갔던 제 옆자리에 앉았던 선배 기자. 정상적인 언론사라면 칭찬을 한 몸에 받아도 모자를 것 같은데 국장에게 쓴소리 한 마디 했다고 기술직에 가까운 중계팀 PD로 발령납니다. 지난 수년간 취재기자들과 온갖 아이템을 고민하며 보다 의미있게 보다 전달력있게 제작하기 위해 함께 밤을 새고 머리를 맞댔던, 2580기자들이 누구보다 의지했던 데스크 선배도 아무런 언질도 없이 비제작부서로 발령납니다. 한 두 달 새 길게는 3,4년을 함께했던 부장, 차장, 취재기자 15명 가운데 8명이 자리를 빼고 엉뚱한 부서로 인사발령이 나는데 이 모든 일이 부서 구성원 아무도 모른 채 무슨 군사작전처럼 이뤄집니다. 남아있는 자들은 무력하게 그들을 떠나보내고 떠나는 이들은 오히려 남은 저희들을 걱정합니다, 지난 5년간 백명이 넘는 동료들이 이렇게 쫓겨나고 있는데 도저히 익숙해질 수가 없습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예기치못한 인사방이 붙을 때마다 그것이 벌써 백번 가까이 반복되더라도 너무나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회사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기자든 뭐든 그냥 머리없이 가슴없이 손가락만 움직여 자판치는 기계가 되라는 것. 억울해도 분노를 나눌 동료가 없으며 자조를 해도 함께 위로를 건넬 선후배가 없습니다. 기자로도 한 사회의 정상적인 개인으로도 사측은 우리를 놔두지 않습니다.
남은 자들에 대한 부당행위도 멈추지 않고 더욱 거세집니다. 세월호 보도를 놓고 기자에게 ‘진실’이란 말을 못 쓰게 하는 국장, BBK 핵심관계자 김경준 단독인터뷰를 따온 후배에게 전폭적인 격려와 지지는 못해줄망정 제작을 끊임없이 방해하며 심지어 수백만원의 출장비 정산조차 안해주는 회사. 도저히 맨정신으로 버틸 수 없게 만드는 지금의 MBC 시사제작국. 옆부서인 PD수첩에서도 상상불가한 일이 벌어졌고, 결국 참지 못하고 제작중단에 나섰습니다. 저희 역시 더 이상 이런 무력감과 부조리함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방송을 해봤자 시청자들에게 해악만 끼칠 뿐입니다. 감히 국민들에게 알리고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저희에게 기회를 달라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강연섭 기자입니다.
저성과자로 낙인찍힌 뒤 이른바 가나안 농군학교로 불리는 제1차 재교육을 받고, 3년 전에 시사제작1부 경제매거진M에 온 기자 강연섭입니다.
<PD 수첩> 뿐만 아니라 <경제매거진M>에서도 제작거부에 들어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MBC 시사프로그램의 위상과 공정성이 나락으로 추락했기 때문입니다. 12년 된 <경제매거진M> 역시 경제의 흐름과 소비자들에게 알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지만, 제가 근무한 지난 3년 동안 박근혜 정부에서 민감한 이슈였던 최저 임금, 열정 페이, 비정규직, 청년 실업, 프랜차이즈의 갑질 등은 프로그램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있었던 불만제로 후속인 소비자 고발팀 역시 회사측이 지난 3월 일방적으로 없애버렸고, 그 코너에 뉴스로 나갔던 리포트를 재편집해 방송하는 일이 벌어졌었습니다. 자기 표절에 재탕 사기방송이었던 셈입니다.
이미 땅으로 떨어진 MBC 시사제작국 일원으로서, 더 이상의 추락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섰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블로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mbcfreedom/221066101768?referrerCo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