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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 자, 두번째 인터뷰입니다. MBC에서 예능 프로를 만드는 PD들, MBC 예능 프로 유명하죠. 그 PD들이 나서서 김장겸 MBC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동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 공동성명 자체가 화제입니다. 성명 제목이 “이제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인데… 웹툰으로 MBC를 비판했다가, 그래서 해고됐다가 다시 소송을 통해 복직한 분입니다. MBC 예능국의 권성민 PD 전화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권성민 : 네 안녕하세요.
김어준 : 자, 예능 PD 들 단위로 성명서를 발표했어요, 노조가 아니라. 이렇게 따로 예능 PD들이 모여서 성명서를 발표한 이유가 뭡니까?
권성민 : 지금 저희 예능 PD 말고도 이제 사실 거의 대부분의 직군들이 다 나서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김어준 : 직군별로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냐 이거죠.
권성민 : 방송사라는 조직 자체가 뭐 워낙 조직이 다르면 완전히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되게 다양성이 많은데, 그만큼 저희가 경험하는 회사의 탄압이나 이런 상황들에 대해서도 많이 다르고요. 노조라는 단일 창구를 통해서 이야기하면 그런 다양성이 많이 희석이 되잖아요. 저희들이 자발적으로 우리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많이 형성이 돼서 그렇게 지금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어준 : 알겠습니다 저도 이제 성명서를 봤는데 성명서같지가 않더라고요. 재밌어요, 짧고 재밌는데, ‘아 예능 PD들이라 역시 성명서도 색다르다’ 했는데… 내용을 잠깐 읽어보면 ‘사람들 웃기는 방송 만들려고 예능PD가 됐는데, 회사가 그거 만들려고 뽑아놓고, 자기들이 회사가 정작 웃긴 짓을 다 하고 있다. 이제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 이런 성명서는 어떻게 만들게 된 겁니까?
예능 PD들이 모여서 머리를 모은 건가요? 아니면 한 사람이 만든 겁니까?
권성민 : 평소에 저희들끼리도 참 이야기 많이 하기도 하고요, 회사 바깥에서도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MBC 뉴스가 망가진 것을 보면서 유명한 것들 많이 있지 않습니까? ‘비오는 날은 소세지빵’이라든지 ‘알통 크기가 굵을수록 보수 성향이 강하다’든지. 이런 걸 보면서 저희도 진짜 “뉴스가 예능 다 한다.” 이런 이야기를 평소에 워낙 많이 하고 있어서…
김어준 : 예능 PD들이 뉴스보면서 “뉴스가 예능을 다 하고 있다”?
권성민 : 네, ‘좀 부끄럽다’ 이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 워낙 저희들이 일상적으로 하던 이야기라서 엄청 새로운 발상은 아니었고요. 성명서라고 해서 꼭 비장하기보다는 너무 블랙코미디같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 짚어주는게 또 예능 PD들다운 성명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죠.
김어준 : 그러면 예능 PD들은 사측의 어떤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있나요?
권성민 : 물론 이제 MBC 말고도 전 정권 하에서 거의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을텐데요. 표창원 의원이나 이승환 씨나 정치적으로 이슈가 됐던 출연자들을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요. 김어준 씨 같은 분도 MBC에서는 전혀 쓸 수 없는 분 중 한 분이죠. 이런 건 이제 MBC 뿐만 아니라 다들 비슷한 상황이었을 거고요.
MBC 같은 경우에는 저희 사내 아나운서 같은 경우에도 사내에서 저희가 아나운서를 캐스팅하려고 해도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은 절대 방송에 나가지 못하게 많이 해놨거든요.
김어준 : 사내 아나운서, 사내 직원들조차?
권성민 : 네, 그렇죠. 저희가 이런 아나운서가 우리 방송에 적절하고 필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도 다른 이름으로 와요 항상. 그동안 엄청 유명했던 간판급 아나운서들, MBC 아나운서들이 되게 많이 나갔는데 다 이런 이유고, 나가신 분들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예능 화면에서 뉴스 보도 자료 사진같은 걸로 쓰려고 해도 못쓰게 하고.
섭외 간섭 되게 일상화돼있고요, 실질적으로 제작비같은 것도 굉장히 압박을 심하게 하는데 타사 예능 프로그램 제작비를 비하면 저희가 정말 말할 수 없는 숫자를 가지고 계속 제작을 하고 있거든요. 하도 압박이 심해가지고 저희는 코디 하나 줄이고 카메라 하나 안쓰고 이러면 10만원 15만원씩 아껴요. 그러고 있는데 임원들은 성과급 파티 하고 연봉 인상했다 이런 이야기 들으면 어이가 없고 화가 많이 나죠.
김어준 :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또는 노조 활동을 했던 이런 분들의 출연을 막는 것은 그나마 이해가 가는데 예능 예산을 줄이는 이유는 뭡니까?
권성민 : 그게 저희도 이해가 잘 안되는데, 회사가 계속 ‘경영난이다, 적자가 심하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제작비같은 것들을 계속 줄여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모든 영역에서 이렇게 돈을 줄이고 있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니거든요. 전 안광한 사장같은 경우에는 DMC 페스티벌이라는 이런 행사들을 기획하면서 거기에 당신이 필요한 그런 손님들을 모시고 이러는 데다가 저희 예능 PD, 맨날 밤새고 이러고 있는데, 차출돼가지고 가서 하고 거기엔 또 돈이 엄청 많이 들어가고…정작 저희 예능 프로그램 만드는데는 차 한 대 더 쓰는 것에 있어서도 불려가서 깨지기도 하고…
김어준 :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네요
권성민 : 그렇죠 저희들도…
김어준 : 방송국의 경쟁력은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건데, 프로그램 예산은 줄이고 행사 예산은 늘이고 뭐 이런 이야기인 것 같은데 그거 참 이해가 안가네요. 그러면 혹시 본인 프로그램 예산만 줄어든 거 아니에요? 능력이 없어가지고? 예능국 전체 예산이…다른 예능 PD들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까?
권성민 : 그럼요, 전반적으로 예산이 작은 것도 그렇지만, 이름을 이야기하기에는 그렇지만 정말 돈을 잘 벌어오는 몇몇 예능 프로그램들 있잖아요. 그런 프로그램에서도 똑같이 차 한대 더 쓰는 거..
김어준 : MBC를 대표하는 무한도전같은 프로그램도 예산이 줄어요?
권성민 : 엄청 압박을 많이 받으면서 제작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그 팀이 아니어서 정확하게 숫자들은 모르지만…
김어준 : 왜 간판 프로들까지…예능이 방송을 먹여살리지 않나요? 예산을 줄인다는 게 이해가 안가네. 여하간 예능 PD들로서 그런 점들이 굉장히 어렵다?
권성민 : 그렇죠. 그리고 분위기 자체도 굉장히 권위주의적으로 많이 바뀌었고요.
김어준 : 예를 들면요?
권성민 : 저는 이제 사실은 되게 안좋아지기 시작했을 때 일을 시작해가지고 저희한테는 되게 전설같은 이야기지만 MBC가 엄청 좋았던 호시절에는 “상향식 의사 결정 구조가 엄청 활발했던 회사다.”, “밑에서부터 의견이 올라와서 결정되는 게 많았다.”, “마음에 안들면 PD가 국장하고 싸워서 의견 표출할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전설처럼 들려오는데 지금은 까라면 까야되고, 말 안들으면 갑자기 프로그램 뺏기고 그냥 엉뚱한, 프로그램 없이 책상 지키고 앉아있어야 되는 경우도 많고… 물론 보도국이나 이런 데에서는 스케이트장도 보내고 수원으로 영업부서로 쫓아내고 이런 일도 많죠. 예능은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당장 프로그램 안맡기고 예능국 책상에 앉아있게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거죠.
권위주의로 따지면 예능 뿐만 아니라 임원들한테 인사 제대로 안한다고 까이는 건 굉장히 비일비재한 일이고…
김어준 : 군대도 아니고
권성민 : 기획안 프로그램 같은 거 프리젠테이션 할 때 내용이 아니라, 임원들 앞에서 자세가 불량했다 옷차림이 그게 뭐냐 이런 걸로 이제… 그런 분위기를 되게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회사가 이래야 회사지’, 이런 분위기가…
김어준 : 지금 경영진들이 그렇다?
권성민 : 네 그렇죠
김어준 : 그래서 지금 예능을 비롯하여 MBC 노조의 각 직군별로 사내 구성원들이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를 예능 PD 차원에서 설명하면 어떻습니까?
권성민 : 예능 PD 차원에서라기보다도, MBC 상황 전체가 굉장히 많이 망가져 있잖아요. 얼마 전에 사장으로 취임한 김장겸 사장 같은 경우에는 MBC가 이렇게 많이 망가지게 된 거의 근본적인 사람이거든요. 이명박 정권 때 본격적으로 MBC 장악을 시작했을 때 뉴스에서부터 시작을 한 거잖아요. 그 때 그 분이 정치부장이었거든요. 그래서 정치 관련된 뉴스들에 대해서 정권에 좀 비판적인 뉴스들은 다 까내리고. 그런 식으로 해서 보도국장이 되고 쭉쭉쭉 올라가서 보도를 쭉 점령했던… 제일 유명했던 건 저희 세월호 보도때 유가족들 보고 깡패라고 불렀던 분이시죠. 그런데 그 분이 사장이 되셨으니…
김어준 : 저희가 시간이 1분밖에 안남아서, MBC 구성원이 바라는, MBC 뉴스데스크에 대한 자괴감도 있을 것이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MBC 내부 구성원들이 느끼는 좌절감도 있었을텐데, MBC 구성원이 원하는 해법은 뭡니까? 어떻게 해결되기를 바랍니까? 1분 내에 설명해주세요.
권성민 : 해법 자체는 간단하죠. 일단 당연히 현 경영진들이 즉각 책임을 지고 퇴진하고, 해직 언론인 선배들 6분, 1백여명이 넘게 지금 부서에서 유배돼있는 동료들이 바로 돌아올 수 있도록 즉각 조치되는 것이 가장 1차적인 해법이고요.
그 다음에 장기적으로는 공영방송 소유구조 개선에 대한 법안이 올라가 있습니다. 정권이 사장을 임명하고 공영방송 소유 구조를 가지는 것들을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이 올라가 있는데, 그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에도 이미 올라가 있던 거거든요. 그당시 새누리당이 그걸 막아가지고 계속 통과가 안되고 있었는데 지금 야당 입장이 된 입장에서 방송장악을 그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게 좀 웃긴 상황이죠. 그 법안이 올라가서 좀 이렇게 공영방송 지배구조 자체가 개선이 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하고 있습니다.
김어준 : 다시 한 번 시간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MBC 예능국 권성민 PD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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