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기자들이 회사 내 곳곳에 대자보를 걸었습니다.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그대로 옮깁니다.
#대자보를씁니다
2017년 6월, 희한한 시대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오늘, 우리는 하릴없이 대자보를 씁니다.
회사는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사장 퇴진 성명’을 대거 삭제했습니다.
게시자들은 모두 게시판 접근이 차단됐습니다.
‘조직 내 건전한 의사소통 활성화’를 위해
삭제와 차단을 일삼겠다는 이 부박한 자기모순은 누구의 발상입니까.
상암에서 가장 거대하다는 사옥엔 정작,
성남과 용인, 수원과 구로를 전전해온 선배들의 자리는 없습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회사 로비에도
발조차 들일 수 없는 해직자 선배들이 있습니다.
품격있는 젊은 방송을 지향한다는 회사에선
젊은 기자들이 값싼 모멸에 숨죽여 울고 있습니다.
‘삭제와 배제, 차단과 금지’가
회사가 말하는 ‘건전한 의사소통 활성화 방안’이라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MBC는 더 들끓어야 합니다.
지금 회사를 이 꼴로 만든 건 다름 아닌 ‘침묵’과 ‘묵인’이었습니다.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불온한 것들을 죄다 닦아낸 그 자리에서
‘건전한 의사소통’은 뿌리조차 내릴 수 없었습니다.
지금, 2017년 6월, 이 자리에서
이 글을 볼 수 있는 자들은 모두 공범입니다.
오늘을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바꿔내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고요한 보도국에 불편한 균열을 내야 합니다.
삭제된 입들은 또 다른 열 개의 입으로
차단된 하나의 목소리는 모두의 목소리로 커져갈 것입니다.
그리고 비로소 ‘말과 글의 힘’으로,
기죽지 않는 당당한 행동으로
우리는 MBC를 바꿔낼 것입니다.
떠난 이들이 온전히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위법과 부정으로 회사를 망가뜨린 이들이 그 자리를 내놓을 때까지
우리가 사랑했던 MBC가 제 모습을 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김장겸 사장 퇴진’을 바라는
MBC 보도국 사회2부 곽동건, 김민혁, 이지수
기획취재부 이덕영
정보과학부 전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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