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언론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공영방송 장악 위한 방송통신위원장 면직 기도 규탄한다
오늘 윤석열 정부의 인사혁신처는 임기가 두 달 남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면직 여부와 관련한 청문회를 실시한다.
이번 면직 절차는 여러모로 석연치 않다. 우선 방통위원장에 대한 면직 절차가 진행되는 것 자체가 현행법에 배치된다. 검찰은 5월 2일자로 한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고, 그 직후에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는 임용권자가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국가공무원법」의 ‘직위해제’ 조항을 근거로 정부・여당이 한 위원장에 대한 면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방통위는 합의제 독립 기구로서, 방통위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분을 보장 받는데 이 신분 보장 조항은 면직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방통위원을 면직할 수 있는 조건은 형사재판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때이다. 형사재판의 시작인 검찰 기소로 면직 절차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것이다.
검찰 기소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 검찰은 한 위원장의 주도로 TV조선 재승인과 관련한 평가점수를 누설・조작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그를 기소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법원은 검찰이 주장한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검찰의 공소장에도 한 위원장이 점수를 수정하라고 직접 지시한 정황은 뚜렷하지 않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그 배경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무리한 조처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누가 보아도 억지스러운 ‘면직’ 기도는 점차 속도를 내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기도의 일환이다. 방통위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해임하고 한국방송공사
KBS의 이사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미 감사원의 표적 감사와 수신료 분리징수 이슈로 공영방송 흔들기에 열을 올려왔던 윤석열 정권이 한 위원장을 끌어내리고 방통위를 여권 다수 구조로 바꾸어내고 나면, KBS와 MBC의 사장과 이사들을 차례로 해임하고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채우리라는 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사 개입을 통해 공영방송 보도와 편성에 대한 독립성 침해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한국 언론 자유의 역사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언론인들로 하여금 처절한 싸움을 하게 만들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방통위는 권력에 의한 여론 통제의 우려를 늘 경계해야 할 합의제 독립기구의 위상에 걸맞게 독립성을 최우선 가치로 운영되어야 한다. 방통위법 제1조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는 것을 해당 법의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3조 2항은 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하여 국무총리의 행정감독권이 일반적 행정업무에만 미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한 위원장 면직 기도와 방통위에 대한 겁박은 방송과언론의 독립성에 대한 정치적인 탄압이자 미디어 공론장을 정부・여당의 통제 하에 복속시키고자 하는 권위주의・전체주의적 행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경고한다.
속내가 뻔히 들여다 보이는 공영방송 장악・미디어 공론장 장악 시도를 멈추라. 과거 보수 정권이 자행한 언론 장악 시도들은 오늘날까지도 한국 민주주의와 저널리즘 역사에 큰 상흔으로 남아있다. 방통위 장악을 시작으로 공영방송 인사와 보도에 대한 개입과 통제의수순으로 이어질 낡은 작태를 중단하라. 우리 언론 현업인들은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오만과 불통으로 방송장악을 획책하려는 윤석열 정권과 정부 여당의 시도를 결코 앉아서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다.
2023년 5월 23일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