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기술자’ 김홍일 지명 당장 철회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김홍일 현 국민권익위원장을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이동관이 국회 탄핵 직전 꼼수 사퇴한 지 불과 5일 만에, 그것도 윤 대통령의 직속상관이었던 특수부 검사 출신 인사를 방통위에 꽂아 넣겠다는 것이다. 방송통신 관련 전문성은커녕 일말의 연관성조차 찾기 어려운 인물로, 언론장악 기술자가 떠난 자리에 이제는 법 기술자를 앉혀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다. 이동관보다 더 강력하게, 마치 검찰이 수사하듯 방송을 통제하고 옥죄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의도가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인사다.
권력에 줄섰던 특수부 검사…모든 면에서 부적격자
대통령실은 이번 인선 배경에 대해 김홍일의 성장 과정 등을 언급하며 “공명정대하면서도 따뜻한 법조인”이라고 추켜세웠다. 과연 그런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중수부장, 부산고검장 등으로 승승장구했던 김홍일은 검찰 특수통 라인의 원로 격이다.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제기됐던 BBK 연루 의혹 등의 수사 책임자로, 관련 의혹을 모두 무혐의 처분한 당사자다. 국민들의 뇌리 속에는 “모두 증거가 없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처분했다”고 언론 발표를 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김홍일이 깊이 새겨져 있다. 당시 그는 ‘다스가 이명박 소유’라는 의혹에 대해 “자금을 모두 추적한 결과 이 후보 소유로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수사 결과는 10년 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의해 정반대로 뒤집혔다. 권력에 줄 서는 수사를 하고, 좋게 봐도 실패한 수사, 무능한 수사를 한 책임자를 이제 와서 ‘공명정대한 법조인’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는 대통령실 설명도 어처구니없다. 윤석열 정권이 과연 한 순간이라도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고민한 적이 있었던가.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방통위법 제1조를 정면으로 무시하며 방송장악에 혈안이 돼 있던 게 윤석열 정권 아니었던가. 공공연히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 특수부 검사 출신을, 그것도 방송·통신과 아무 관련 없는 인사를 지명해놓고,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 지켜낼 적임자’ 운운하는 것은, 말장난을 넘어 국민들을 바보로 보며 대놓고 무시하는 처사다.
MBC 장악 위한 칼잡이…당장 지명 철회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5개월밖에 되지 않은 현직 국민권익위원장을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하는 상식 밖의 무리수를 둔 의도는 너무나도 분명하다. 김홍일이 이끈 권익위는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앞잡이 역할을 충실해왔다. 권익위는 지난 9월, 제3노조가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과 김석환 이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으로 신고하자마자 법적 권한도 없는 강제적 현장조사를 강행했다. 그러더니 지난달에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방통위에 행정처분을 위한 자료를 넘겼다. 이를 지휘했던 김홍일이 방통위원장 자리를 꿰차는 것은, 자신이 수사한 것을 자신이 판결까지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의 제동에 막혀 아직 장악하지 못한 MBC를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술로 어떻게든 접수하겠다는 것이 이 정권의 노림수다.
윤 대통령은 당장 김홍일 지명을 철회하라. 국회를 통과한 방송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데에 이어 이렇게 부적격자를 지명해놓고, ‘방송 정상화’, ‘방통위 독립’ 운운하며 더 이상 국민을 농락하지 말라. 윤석열 정권은 영화 ‘서울의 봄’ 속 하나회처럼 검찰공화국, ‘신검부’ 세상을 꿈꾸는지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국민의 심판은 더 냉혹하게 다가올 것임을 명심하라.
2023년 12월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