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를 정치에 끌어들이지 말라
난데없이 목포MBC가 보수언론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MBC 3노조의 성명서 발표 이후 약속이나 한 듯 보수 언론의 기사가 줄 잇고 있다. MBC와 더불어민주당을 어떻게 해서든 엮어 보려는 보수진영의 발버둥으로 여겨져 측은하기까지 하다. MBC와 목포MBC를 혼용하며 교묘하게 민주당과 연결 짓고 있다. 그리 조급한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목포MBC 인터뷰에 응해 걱정을 털어놨던 강 모 씨의 직업은 누가 뭐라고 해도 ‘어민’이다. 강 씨가 지난해 지방선거에 출마해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았던 인물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MBC 3노조와 보수언론의 보도 이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방선거 당시 후보자 명부에 기재된 강 씨의 직업 역시 ‘농어업’이었다. 선거에 출마하면 ‘본업’은 모두 내려놓은 채 그저 ‘정치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농도인 전남에서는 선거 출마자의 본업 역시 1차 산업이 주를 이룬다. 작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전남의 기초의원 출마자 가운데 현역 지방의원 다음으로 많았던 후보자의 직업군은 농축산업이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농어민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인가. 농어민은 선거에 나오면 안 되는 것인가. 선거에 나섰던 농어민은 언론 인터뷰에 응하면 안 되는 것인가. 집권당 지지자가 아니면, 자신의 생각도 공론의 장에 밝히면 안 되는 것인가. 국민의힘 당원이 인터뷰를 했어도 같은 논리로 이야기했을 텐가? 민주당 소속의 농어민이 기르고 잡은 쌀과 물고기는,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의 농수산물은 불매하자는 기사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은 언론사 취재권역 안의 모든 후보들을 파악하고 있는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자가 전국에 4천 명이 넘는다. 정당과 성별, 직업별로 당신들은 후보자의 면면을 모두 기억하는가. ‘손바닥만 한 동네’라며 비수도권 농어촌을 폄하하지 말고, 보다 상식적이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 바란다.
‘민주당 소속 공천을 받은 어민’의 자격에 시비를 거는 일부 언론사들의 판단능력이 우려스럽다. 그 정도 수준이라면 윤석열 대통령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48대 대한민국 한덕수 국무총리를 38대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로 여기는 건 아닌지, 윤석열 정부의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언론특별보좌관으로 여전히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돼지 눈에는 돼지,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모종의 의도를 갖고 내용과 방향이 언론사의 실리나 이해관계에 맞아 떨어지는 인터뷰를 해왔던 자신들의 일상과 경험에 빗대어 목포MBC 뉴스를 폄훼하지 말라. 목포MBC 뉴스는 그런 식으로 취재되지 않는다. 취재의 ABC를 안 다면, 목포MBC는 왜 취재하지 않았는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논해야 할 때, 정파와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시도 자체가 얼마나 천박한가. 목포MBC, 그리고 MBC를 흔들지 말라.
2023년 8월 28일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지역 16개지부 일동
(MBC강원영동지부, 광주MBC지부, MBC경남지부, 대구MBC지부, 대전MBC지부, 목포MBC지부, 부산MBC지부, 안동MBC지부, 여수MBC지부, 울산MBC지부, 원주MBC지부, 전주MBC지부, 제주MBC지부, 춘천MBC지부, MBC충북지부, 포항MBC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