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故 이용마의 꿈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다시 그날을 맞이합니다. 무더웠던 4년 전 오늘, 허망하게 그를 보내야만 했던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마음 속 깊이 남아 있건만, 시간은 이렇게 조금의 멈춤 없이 흘러갔습니다.
오늘,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故 이용마 기자와 마주합니다. 온전히 그를 떠올리고 기억하고 함께 하고 싶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하루의 추모조차 허락하지 않는 듯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은 바꿀 수 있다”고 외쳤던 그의 바람처럼 지난 4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으면 좋았으련만 세상은 그렇게 쉬이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서운 속도로 거꾸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작금의 이 현실을 그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 그가 그렇게 염원했던, 그리고 그에게 뜨겁게 약속했던 ‘언론 자유’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우리는 아직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그 시작이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은 정치권력의 이해타산에 발목 잡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반동의 저항은 거셌고, 우리의 힘과 의지는 조금씩 지쳐갔습니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다”, “소수의 권력이 아닌 다수의 약자를 위한 방송을 해야 한다”, “언론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선명히 우리 곁에 있었지만, 부족한 것은 남은 우리의 실천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렇게 이용마의 꿈과 우리의 실천을 막아섰던 이들은, 이제 아예 공영방송 MBC를 송두리째 망가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15년 전 그랬던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한 악독함과 뻔뻔함으로 MBC를 짓밟으려 합니다. 윤석열 정권은 방송 장악 선봉에 섰던 이동관을 방통위원장으로 내세우면서, 공영방송 장악 의지를 대놓고 드러내고 있습니다. 법도, 절차도, 공정도, 상식도 모두 무시하고, 공영방송 이사 해임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과거 권력의 하수인으로 MBC 내부를 썩어 문드러지게 했던 이들은 반동의 현실에 환호하며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MBC의 비극적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그가 많이 그립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던 그의 신념이 그립습니다. 약자에게 관대하고 강자에게 서릿발 같았던 그의 기개가 그립습니다. 그리고 기력이 꺼져가던 순간까지도 언론의, 공영방송의, MBC의 앞날을 고민하던 그의 열정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절망과 위기의 현실에서, 다시 이용마를 떠올립니다. 그의 신념과 기개와 열정을 가슴 깊이 아로새깁니다. 그가 외쳤던 것처럼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맞서겠습니다. 권력의 마수에 굴복하지 않고, 공영방송 MBC를 지켜내겠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방송 독립’ 그와 했던 약속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용마의 꿈을 위한 우리의 싸움은 이제 시작입니다.
4주기 추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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