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지명은 노골적인 ‘방송 장악’ 선언이다

이동관 지명은 노골적인 방송 장악선언이다

 

말 그대로 인사 참사의 결정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지명했다. 진작부터 내정 사실이 알려지며 부적합 인사란 지적과 우려가 끊이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또 고집불통, 막무가내 인사를 강행했다. 임기를 두 달 앞둔 한상혁 위원장을 면직하며 내세웠던 ‘방통위 중립성 훼손’이란 명분은 거짓이었다. 정권이 원한 것은 오직 ‘방송 장악’이다. 이동관 지명은 ‘방송 장악 기술자’를 앞세워 내년 총선 전 공영방송을 손아귀에 넣고 흔들어 보겠다는 노골적 선언이다.

 

방송 장악 설계자방통위법 취지도 위반

 

이동관이 누구인가. 이명박 정권 당시 ‘방통대군’으로 불리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공영방송 탄압에 앞장섰던 인물 아니던가. MB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 초대 홍보수석비서관에 이어 청와대 언론특별보좌관까지, 3년 5개월 동안 권력의 정점에서 MBC를, 공영방송을, 그리고 대한민국 언론 전체를 암흑으로 몰아넣었던 장본인이다.

 

당시 이동관이 언론 장악 선봉에 섰던 사실은 MB정부 국정원 문건 곳곳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2009년 12월 24일, 국정원이 작성한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 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이란 제목의 문건에는 MBC 등 지상파 라디오 방송에서 좌파 프로그램, 좌편향 직원, 출연자를 분류하고, 퇴출시킬 방안이 담겨 있다. 이 자료의 요청자이자 보고자는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바로 이동관이었다. 2010년 1월 13일 국정원이 작성한 또 다른 문건,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에는 방송사 선거기획단을 ‘좌파’로 규정하고, “경영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을 통해 건전 보도를 유도”한다는 계획까지 담겨 있었다. 이 역시 홍보수석실의 요청으로 작성됐고, 당시 홍보수석은 이동관이었다.

 

최근 공개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의 수사보고서는, 이동관이 방송 장악 설계자였음을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검찰은 ‘MBC 방송장악 관련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련성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10년 3월 2일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란 대외비 문건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피디·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고, MBC의 프로그램 제작 환경을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송사 장악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었다. 또 국정원이 생산한 MBC 장악 문건들이 “청와대에 홍보수석실이 신설된 2009년 8월 이후로 홍보수석비서관 이동관일 때 집중되어 있다”면서 “방송사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력 행사를 목적으로 작성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조차도 이동관이 방송 장악의 배후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국정원 문건뿐 아니라 대통령기록물에도 이동관의 언론 장악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2008년 12월 대변인실이 작성한 ‘MBC 뉴스데스크 보도 분석’, 2010년 5월 홍보수석실이 작성한 ‘YTN 보도 리스트’ 등을 보면, 정권에 불편한 보도를 하나하나 문제 삼으며 심지어 일부 기사에 대해선 ‘비보도 조치’를 취했다고 기록돼 있다. 편협한 이념적 잣대에 따라 프로그램과 구성원, 언론사 조직을 낙인찍고 사지로 몰아넣은 총지휘자가 바로 이동관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동관의 과거 악행을 입증하는 문건들은 계속 드러날 것이다.

 

이동관 지명은 실정법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방통위법 10조는 방통위원의 결격 사유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등을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과 방송의 독립성·공정성을 지켜내기 위한 기본적인 자격을 법으로 정한 것이다. 이동관은 윤석열 캠프의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을 거쳐 인수위 특별고문을 맡았고, 현재는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다. 이동관 지명은 방통위법이 규정한 결격 사유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외압·청탁이 일상?공직자 자질 미달

 

아들의 학교폭력과 관련해 9장짜리 문서로 장황하게 내놓은 입장문은 되레 그의 부적격성만 더 확인시켜줬다. 피해 학생과 화해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적법한 징계 절차를 따랐고 외압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철저한 왜곡과 거짓임이 밝혀지고 있다. 최소 4명 이상인 피해자를 1명으로 대표하려는 것부터 시작해, 학폭위 미개최 등 학교폭력예방법 위반에 대해선 외면했고, 피해자 진술서에 대한 신뢰성을 서명 운운하며 공격했다. 또 열리지도 않은 선도위원회의 결정으로 자녀가 학기 중에 전학 조치됐다는 허위주장까지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9년 관련 내용을 보도한 MBC 스트레이트에 대해 난데없이 ‘악의적 프레임의 가짜뉴스’로 규정하더니, “방송의 자정능력 제고가 시급한 것을 절감했다”며 사실상 겁박까지 하고 나섰다. 아들의 학교폭력 자체도 큰 문제지만, 뻔뻔하게 이를 은폐하고 무마하며 관련 방송마저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우려 하는 행태는 장관급 공직자로서의 자격 없음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특히 김승유 당시 하나학원 이사장에게 전화한 것이, 전 정권 실세의 ‘외압’이 아니라 가해 학부모로서 “상황을 정확히 알기 위한 문의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한 대목은 아연실색하게 한다. 도대체 어느 가해 학부모가 이사장에게 순수한 ‘문의’를 할 수 있는가. 더욱이 김승유 이사장은 이동관의 전화를 받고 징계를 무마시키려 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외압이 아니라면 청탁이고, 외압이든 청탁이든 부적절한 처사임이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별일 아니라는 뻔뻔함과 특권의식 역시 고위 공직자로서 자질 미달이다.

 

당장 지명 철회하고 언론 장악 중단하라

 

윤석열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공영방송 탄압에 집착해왔다. 이동관 지명은 하루빨리 공영방송 장악을 마무리하려는 결정판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동관의 삐뚤어진 언론관과 언론 장악 ‘전과’는, 이 정권 시각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무기일 것이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합리적이고 일반적인, 상식적인 사람이 가면 오히려 어렵다. 언론계에서 반대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그런 사람이 가야 한다고 여권 내에서는 보고 있다”고 말한 것만 봐도, 현 정권이 어떤 생각으로 이동관을 방통위원장에 앉히려 하는지 알 수 있다. 오로지 ‘방송장악’이란 목표 아래 그 수많은 결함들은 묵인해도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에 묻는다. 도대체 언제까지 국민의 여론에 눈 감고 귀 막을 것인가. 도대체 언제까지 권력의 힘만 믿고 막무가내로 언론 장악을 밀어붙이려는 것인가. 상식과 원칙 심지어 법까지 무시하고 언론을 장악하려 했던 정권의 결말을 벌써 잊은 것인가. 이동관 지명을 철회하고, 언론 장악 시도를 중단하라. 몰상식과 불합리, 불통과 막무가내 행보를 계속한다면, 임계점에 달한 국민적 분노와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23년 7월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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