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위법, 과잉으로 점철된 윤석열 식 ‘방송 장악’

위헌, 위법, 과잉으로 점철된 윤석열 식 ‘방송 장악’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 처분했다. 예정된 각본 그대로다.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나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막장인 각본이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 면직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란 헌법적 가치는 철저히 짓밟았고, 면직 처분 과정에서 제기된 위법성 논란도 끝내 외면했다.

 

방송 장악욕망 앞에 법치마저 실종

 

윤석열 정권은 취임 직후부터 한 위원장 사퇴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왔다. 대놓고 한 위원장을 국무회의에서 배제했고, 대면 업무보고도 거부했다. 검찰과 감사원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방통위를 1년 내내 탈탈 털었다. 감사원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검찰이 전면적인 수사를 벌이더니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3월 법원은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서울북부지검은 한 위원장을 기어이 불구속 기소했다. 윤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형식적인 청문 절차만을 거쳐 한 위원장을 면직 처분했다. 대통령실이 내놓은 설명 자료는 검찰의 공소장을 그대로 갖다 붙인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 면직은 위헌적·위법적 요소가 다분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위해 방통위원의 신분을 법률로 보장하고 있다. 방통위원장은 국회 의결을 통해 탄핵 소추가 가능하다. 방통위원의 결격사유는 금고 이상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로 한정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정무직 공무원인 방통위원장에게 적용할 수 없는 국가공무원법상 면직 규정을 억지로 끌어와 한 위원장의 면직을 강행했다.

 

불과 임기 두 달을 남겨둔 한 위원장을 이처럼 무리하게 면직한 것은, 내년 총선 전에 공영방송 장악을 서둘러 마무리하겠다는 불순한 목적 외엔 설명되지 않는다. 새 방통위원장 취임, 방송문화진흥회 장악, MBC 사장 교체 등에 걸리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면 더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한 위원장은 가처분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맞서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후임 방통위원장이 내정됐고 인사청문회 준비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법원의 판단은 개의치 않고 권력의 힘으로 막무가내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틈만 나면 ‘법치’를 강조해 왔지만, 그들에게 법은 ‘방송 장악’이란 그릇된 욕망을 위해 자의적으로 꿰맞춰 이용하는 도구일 뿐이다. 이것이 ‘법 기술자’들이 말하는 ‘법치’의 실체다.

 

전례 없는 압수수색MBC 탄압 본격 나서나

 

어제 오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MBC 뉴스룸 기자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했고, 업무용 노트북도 압수했다. 자택과 자동차도 수색 대상이었다. 여기에 더해 경찰은, MBC 뉴스룸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시도했다.

 

해당 기자에게 제기된 혐의는 지난해 4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인사 청문 관련 자료를 유출했다는 정황이다. 기자가 당시 한 장관 인사 청문 관련 자료를 타사 기자에게 전달했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고, 추후 수사를 통해 밝혀질 사안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MBC 뉴스룸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과잉수사이다. 이미 1년이 더 지난 사건이고, 기자 업무의 특성상 모든 업무는 개인 노트북 등을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자 개개인의 공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뉴스룸 압수수색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

 

경찰에게, 검찰에게, 이 정권에 되묻는다. 과연 개인정보 유출 대상이 한동훈 장관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유출 혐의를 받는 기자가 MBC 소속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방송사 뉴스룸을 압수수색하려 할 수 있었겠는가. 이것을 공정과 상식에 맞는, 형평에 맞는 법 집행이라고 진정 주장할 수 있는가. 나아가 해당 기자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욕설 파문을 보도해 온갖 고발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MBC 구성원들은 이번 압수영장 집행이 해당 기자와 MBC에 대한 보복 과잉수사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MBC 탄압에 혈안이 된 윤석열 정권이 뉴스룸 압수수색을 통해 이번 수사와 관련 없는 정보도 무차별적으로 수집해 별건 수사로 확대할 가능성이다.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비이성과 광기(狂氣)는, 윤석열 정권이 MBC 탄압에 본격적으로 나선 행보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방통위를 장악한 이후로는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방문진 이사회 구조를 바꾸려 할 것이고, 결국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MBC 사장을 앉히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그러하고 있는 것처럼 감사원, 경찰, 검찰, 국세청, 고용노동부 등 국가 기관이 총동원될 것이다. MBC본부는 법의 탈을 쓴 채 위헌과 위법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에 분노하며, ‘법 기술자들’이 언론 자유를 침탈하고 공영방송 MBC를 짓밟으려는 모든 시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다.

 

 

2023531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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