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앞잡이’ 감사원은 MBC 장악 시도 중단하라

윤석열 정권의 충견 노릇을 자임하고 있는 감사원이 결국 MBC 장악을 위한 칼춤에 나섰다. 감사원은 지난달 23일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를 열고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장 방문진과 MBC를 상대로 자료를 수집하는 등 본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MBC 신임 사장이 선임되자마자, 방문진을 매개로 MBC를 손보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에 다름 아니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권 당시 MBC 장악의 행동대장 역할을 했던 감사원의 행태 그대로다. 대통령을 필두로 총리실, 고용노동부, 국세청, 검찰과 경찰 등 온갖 국가기관이 나서 공영방송 MBC를 경쟁하듯 탄압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드디어 원조 ‘정권 앞잡이’ 감사원까지 전면에 나선 형국이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 결정은 이미 예견됐던 바다. 국민감사청구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불법적인 현장 조사 으름장을 놓으면서, 어떻게든 서둘러 감사하고자 전전긍긍했던 게 감사원이다. 일반 국민이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문제가 있을 때 제기할 수 있는 국민감사청구는, 그 제도의 순수성과 달리 감사원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극히 제한적이면서 악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관변단체를 동원해 국민감사청구라는 허울 좋은 모양새를 만들면, 감사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전면 감사에 나서는 시나리오는 너무 익숙한 그림이다. KBS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8월부터 감사가 시작돼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방문진에 대한 국민감사청구를 주도한 공정언론국민연대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공영방송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던 주역들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시 뭉쳐 만든 단체다. 주연과 조연 그리고 스토리 라인까지 너무나도 식상하고 뻔뻔한 각본이다.

 

감사 내용도 어처구니없고 불순하기 그지없다. 이들은 방문진이 MBC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프로그램 제작비 삭감 방치 ▲반복적 투자 손실 방치 ▲자회사 및 지역사 적자 방치 등 9가지 청구 사유를 언급했다. 이 중 감사원이 감사하기로 결정한 것은 ▲MBC아트 적자경영 방치 ▲MBC플러스의 사업 손실 방치 등 6건으로, 이 역시 모두 MBC 또는 자회사와 계열사 고유의 경영적 판단에 관한 것이다. 다시 말해 감사원이 MBC 경영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건데,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세금 한 푼 지원되지 않는 상법상 주식회사인 MBC의 경영적 판단에 관여하겠다는 것인가. 결국 형식적으로 방문진에 대한 감사의 탈을 쓰고 실질적으로는 MBC를 탈탈 털어보겠다는 음모일 뿐이다. 더욱이 위 내용은 방송문화진흥회법과 문화방송 관리지침 등에서 MBC가 방문진에 보고할 사항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방문진 이사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이사진을 교체하고 MBC를 장악하겠다는 불순한 목적이 깔린 감사인 것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노골적인 사퇴 압박 그리고 방문진 이사진에 대한 이번 감사까지의 모든 흐름은 정권의 MBC 장악 외에 설명되지 않는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국민의 시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감사원”

감사원이 홈페이지에 내세우고 있는 슬로건이다. 하지만 현실의 감사원은 기본 대신 ‘편법’에 충실하고, 국민적 시각이 아닌 ‘정권의 시각’에서, 미래는커녕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는 기관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독립적 업무수행이 보장된 헌법기관의 지위를 스스로 거부한 감사원이 국민적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감사원은 이제라도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그만두라. 감사원이 또다시 무리한 정치적 감사를 강행한다면 조합은 공영방송 MBC를 지키기 위해 국민과 함께 끝까지 맞설 것이다.

 

 

202332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건배 메시지.

어떤 정보를 수정하시겠습니까?

내 정보 수정 게시글 수정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