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0일 도어스테핑 장소에 가림막을 설치한데 이어 오늘(21일)은 출근길 약식 회견(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가림막 설치는 “대통령의 일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노출하겠다”던 자신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고, 약식회견 중단 역시 ‘출근길, 국민들의 궁금증에 수시로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을 강조하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대통령실은 중단 원인으로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됐다.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어스테핑 중단의 책임을 MBC에 떠넘기려는 태도다.
게다가 도어스테핑 중단에 앞서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단 간사들에게 연락해 MBC에 대한 징계의견 청취를 했다. 만약 MBC 기자의 잘못이 있다면 출입기자단에서 자율적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대통령실이 앞장서서 특정 기자 또는 특정 언론사에 대해 징계를 운운했다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대통령실의 대응은 누가 봐도 눈엣가시 같은 비판 언론사에 대한 집요한 공격으로 비춰질 뿐만 아니라 특정 언론사를 본보기로 삼아 언론을 길들이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이 KBS에 대해 감사원, 국세청,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고, 낙하산 사장을 앞세워 YTN과 MBC 기자들을 해직시켰던 뼈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아니 잊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과 정권이 바뀐 지 6개월 만에 그때의 기억이 판박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 놀라울 뿐이다. 우리는 대통령실과의 싸움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언론이 다시 15년 전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것에 한숨이 나온다.
수가 뻔히 보인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중단을 교묘하게 MBC의 잘못으로 돌려 출입기자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갈등을 유발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또 MBC에 대해 국민 소통을 방해한 언론사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한심한 작태도 당장 집어 치워라.
그리고 대통령실은 하루빨리 MBC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 가하고 있는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언론탄압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권력이 무한하다고 생각하는가? 국민과 불통했던 역대 정권들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되새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