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실패의 책임을 임금교섭 테이블에 떠넘기지 말라

무능과 적반하장이 지도자의 덕목으로 일상화된 참담한 시기에 또 다른 황당한 주장이 우리를 분노케 한다. 최근 MBC 충북 한기현 사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와 16개 지역사가 진행 중인 ‘2022년 임금 공통협상’에서 본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교섭권 위임 철회’로 공통협상에서 빠지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고 한다. 임금교섭 테이블이 제대로 돌아가기 전에 직원들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인 ‘임금’을 볼모로 ‘협박’부터 한 것이다.

 

지역 MBC의 경영상황이 지난 십여 년간 악화되어 왔고 아직 확실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조합도 잘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MBC만의 특수성이 반영된 역사적 산물인 MBC 노사의 ‘임금 공통협상’ 자체를 부정하고, ‘하나의 MBC’라는 가치를 지탱해 온 한 축이었던 기본급 테이블을 붕괴시키려는 시도는 지난 적폐 경영진 시절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MBC는 지난 89년 이후 서울과 지역사의 기본급을 동일하게 가져왔다. 각 사별 경영실적의 차이는 각종 수당으로 보완해왔다. 따라서 ‘하나의 노동조합, 하나의 임금체계’는 33년간 언론노조 MBC 본부를 지탱해온 근간이며 상징이다. 더욱이 지난달 초 열린 2022년 임금협상 상견례에서, 지역 MBC를 대표해 김낙곤 광주MBC 사장은 “임금 공통협상이 하나의 MBC를 지탱하는 역사적 산물이라며 신뢰라는 큰 줄기 속에 성실한 교섭”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런데 본격적인 실무교섭도 들어가기도 전에 임금 공통협상에서 빠지겠다는 발언을 거리낌 없이 하고 일부 지역사 사장들도 동조하려는 움직임은 신뢰를 저버리고 조합의 분열을 획책하려는 시도임을 분명히 밝힌다.

 

한기현 사장은 지난 1년 8개월 동안 무엇을 했나. 지난 2년간 MBC 충북 구성원들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가장 기초적이고 고유한 업무이자 정체성인 방송을 줄이고, 월급을 깎는 것도 모자라 휴직에 들어가기도 했다. 뼈를 깎는 구성원들의 희생 앞에서 한 사장은 경영철학이 담긴 뚜렷한 비전, 먹거리를 책임질 사업적 안목을 얼마나 제시했는가? 회사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1달러만 받고 일했다는 어느 CEO들의 패기까지야 기대하지도 않는다. 알뜰히 월급 챙기고 살뜰히 퇴직금까지 챙겨야 하는 월급쟁이 사장들의 심정을 우리도 잘 알기 때문이다. 사장들의 임금도 구성원들의 임금도 다르지 않다. 임금은 급여 노동자의 생계 수단이고, MBC 구성원의 자존심이다. 물가가 살인적으로 급등하고 있는 올해 상황에서 지역사 대표로서 책임 의식을 갖고 실질임금의 급격한 감소라도 막아달라는 구성원들의 요구가 그렇게 터무니없는 것인가?

 

MBC 노사는 지난 적폐 시절을 제외한 상당 기간 차이를 넘어 차별을 최소화하는 합리적 결과를 도출하려고 노력해왔다. 교섭권 위임을 받은 사측 대표들과 단일노조 MBC 본부 간의 공통협상 테이블은 전국 MBC 네트워크로서 공영방송사의 위상을 지키는데 중요한 버팀목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 누구도 이 소중한 테이블을 함부로 훼손시키려 한다면 MBC 본부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20221013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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