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해외순방 후 첫 출근길(26일)에서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이 퇴색되는 것은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사과가 아닌 이를 처음 보도한 언론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이 일에 진상이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우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전 국민을 청력 시험에 들게 한 것도 모자라 공식 사과나 그 흔한 유감 표명은커녕 오히려 언론 탓을 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가 부끄럽다.
이번 비속어 논란의 핵심은 우리나라와 국민을 대표해 외교 무대에 선 대통령이 싸움판에서나 쓰임 직한 욕설과 비속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 국민 모두를 낯뜨겁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논란의 시발점은 윤 대통령의 막말이지 이를 보도한 언론사가 아니다. 또한 진솔한 사과를 통해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면 될 일을 일파만파 키우는 것은 해당 보도를 막으려 하다 안되자 15시간이 흘러서야 내놓은 대통령실의 엉뚱한 해명과 윤 대통령의 태도다. 논란이 처음 불거진 뒤 지난 사흘 동안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비속어 사용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연일 언론 탓뿐이다. 처음에는 국익 논리를 펴다 비속어 자체가 없었다며 가짜 뉴스라고 했고, 급기야 민주당과 내통했다는 정언유착 음모론까지 주장했다. 적반하장식의 프레임 바꿔치기가 놀랍지는 않지만 부끄러움은 과연 누구의 몫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국민의힘의 공세가 정도를 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ICT미디어진흥특별위원회는 어제(25일)자 “민주당 기획, MBC 제작인가? ‘정언유착’ 의혹 진상을 밝혀라”라는 성명서에서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이 담긴 영상이 보도유예(엠바고) 해제 시점이 지난 22일 오전 9시 39분인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해당 영상을 거론하며 9시 33분에 시작한 정책조정 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것을 거론하며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어떻게 보도유예가 풀리기 전 ‘문제의 영상’ 존재를 알았나”라고 공세를 폈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한술 더 떠 오늘 MBC를 명예훼손이라며 경찰에 고발했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공식 회의 석상에서 MBC가 악마의 편집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며 항의 방문을 예고했다.
집권 여당의 전방위적 공세에 대해 MBC 본부는 유감과 함께 왜곡 선동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 우선 국민의힘이 말한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모두 틀렸다. 국민의힘은 한 매체가 대표로 취재를 하더라도 기자단에 속한 매체들도 해당 영상을 모두 받아서 보도하는 풀취재단 취재 특성을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 담긴 영상(1시간)이 풀단에 속한 각 언론사에 송출된 시간은 지난 22일 오전 6시 28분에 시작돼 7시 30분쯤 완료됐다. 이는 MBC를 비롯해 12개 방송사 모두 오전 7시 30분쯤 해당 영상을 모두 확보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22일 아침 여러 방송사에서 해당 영상을 보도에 썼고, 비속어 관련 보도는 이후 사실 확인을 거쳐 각 언론사의 판단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풀 영상에 보도유예(엠바고) 해제 시점이 22일 9시 39분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보도 자제를 요청했더라도 보도 여부에 관한 판단은 최종 해당 언론사에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4년 세월호 보도 자제를 요구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벌써 잊었는가?
국민의힘은 MBC가 영상의 대화 내용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나 외교부에 추가 확인 없이 멋대로 자막을 달아서 보도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 지난 22일 대통령실은 비속어 발언이 담긴 풀영상을 풀단에 속하지 않은 기자단 전체에 공유하지 말 것을 왜 요청했는가? 대통령실 스스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전체 기자단에 보도 자제를 요청한 것 아닌가? 또한, 국민의힘 논리라면 MBC를 제외한 수많은 언론사도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특정 자막을 넣어 단정적으로 보도를 했다는 말인가?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현실을 직시하고 자중하길 바란다. MBC를 표적 삼아 이번 국면을 모면하고 언론장악의 달콤한 추억과 망령을 되살리려는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허위사실로 본질을 흐리고 대통령까지 나서 진상 운운하며 언론을 장악하고 길들이겠다는 건 시대착오적인 망령일 뿐이다.
2022년 9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