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인 하는 평론은 괜찮고 본인 향한 평론은 싫은가
부산시가 부산M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 도전한 박형준 부산시장의 주요 공약을 점검한 보도를 문제 삼은 것이다. 해당 방송은 대표 공약인 ‘부산시 15분 도시’정책을 집중 점검했다. 홍보성 예산을 꼬집고 무리한 예산 확보를 지적하는, 기본적인 언론의 감시 보도였다. 하지만 부산시는 일부 불리한 내용과 출연자의 발언을 발췌해 방송 닷새 만에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나섰다.
박형준 시장은 한때 종편 시사 프로그램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해 각종 정부 정책을 자유롭게 비판했다. 논평의 영역은 정정보도의 대상이 아니며 헌법은 개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론가로 활약하던 박 시장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자유롭게’ 누려온 셈이다. 이 사실을 뻔히 알고 있을 부산시는 <빅벙커> 출연자 개개인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제작진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활동가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불편한 목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
무려 A4용지 3쪽에 달하는 정정보도문을 방송에서 직접 읽으라는 요구가 비상식적인 생떼쓰기라는 걸 깨달은 것일까. 부산시는 2차에 걸친 중재에서 조정이 성립되지 않자 결국 민사소송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이번에는 정정보도가 아닌 반론 보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프로그램에서 자신들이 요구하는 반론보도문을 낭독할 것과 이행하지 않으면 하루 500만 원씩을 지급하라는 겁박에 가까운 요구를 추가하면서 말이다. 이때는 박형준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직후였다.
언론단체와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달 29일, 부산시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부산시는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칭하며 “사과와 방송내용 정정은 피해자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의 비판과 감시의 핵심 대상인 부산시가 참담한 언론관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 것이다. 일명 ‘언론 재갈 물리기’ 소송에 시민 혈세까지 끌어다 쓰고 있는 부산시는 오히려 가해자에 가깝다. 이번 소송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부산시민이다.
부산MBC와 대구MBC 공동 제작 시사 프로그램 <빅벙커>는 감시 대상을 특정 영역이나 세력에 국한하지 않았다. 부산시의 첫 지방 권력 교체 이후에도, 제작진은 지역 사회 곳곳을 찾아다니며 예산을 추적했고 지자체 공무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존재 중 하나로 꼽혔다. 시민을 대표해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하며 지역 사회와의 견제와 균형이 이뤄온 것이다. <빅벙커>는 그동안 몇 차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나 손배소를 겪었지만 가처분 인용이나 패소 결정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전국 MBC 기자회는 부산시를 강력히 규탄하며 소송 철회를 촉구한다. 전국 17개 계열사 MBC 보도국 기자들은 언론 자유를 위해 연대하고 지방 권력 감시에 협력할 것이다. 지역 언론은 오로지 지역민과 시청자를 위해 존재한다.
2022년 9월 6일
전국 MBC 기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