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1월 13~14일 이틀 동안 제주도에서 MBC 전국 18개 지부의 25명의 보도·편제 민실위 간사가 참여하는 ‘전국 민실위 회의’가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전국 지부 민실위 간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2년 만이다. 각 지부의 민실위 간사는 보도와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감시함과 동시에 보도와 제작 현장에서 각자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민실위 간사들은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으로서 MBC가 공영성과 공정성 가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또한 제작비와 인력 부족으로 공영성과 프로그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실험과 도전이 무력화되기 일쑤라며, 연대와 협업을 강화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
“MBC 네트워크, 지금은?”
서울 MBC를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 16곳에 지역 MBC가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사안들이 전국으로 보도될 수 있는 건 지역 방송들과 서울 방송사의 네트워크 덕이다. 그런데 서울에만 사람이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전국에 공유할 기회는 충분히 열려 있는가?
“처음에는 부동산 투기였죠. 그리고 그 부동산 투기에 대해서 사실관계가 채 수가 아니라 필지다 등등 변동이 되니까 나중에 이해충돌이라고 하는 것을 SBS가 또 만들어내서 하는 것이죠…. 서울의 언론사들이 안타까운 것 중의 하나는 오보에 대해 인정할 줄을 모르는 거예요. 잘못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잘못한 것이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바로 미안하다고 인정을 해야 해요. 반성하고. 그런데 밀어붙이잖아요. 나중에 뭐가 잘못되었어도 조용하잖아요…. 그로 인해서 남는 (지역의) 상처들이 얼마나 커요…. 압수수색을 얼마나 받았으며, 목포시청은 난리가 나고…” (목포 MBC 기자 A)
“지난 2019년 1월 SBS가 촉발해 중앙 언론(서울 소재 언론)이 주도한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포 원도심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 흐름은 중앙 언론과 지역 언론 사이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작동한 결과다.” 김철원 광주MBC 기자는 지난해 12월 한국언론정보학보에 목포 MBC의 전·현직 기자 10명을 심층 인터뷰한 ‘언론의 서울 중심 구조가 뉴스 생산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비판적 연구’라는 논문을 게재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기자는 “SBS를 비롯한 주류 중앙언론사들은 사실 확인 부실과 지역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 속에 프레임을 설정하고 현장의 사실들을 이에 종속시켜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서울 MBC는 소극적이고 기계적 중립적인 보도 태도를 보였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역이나 지역 사건에 대한 무관심과 경시가 바탕이 돼 결국 사실확인을 통한 진실 추구라는 언론의 역할을 방기하였다”라며 “한국 언론의 서울 및 수도권 중심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다시 권위주의적 정치 환경이 도래했을 경우 세월호 보도 참사와 같은 부끄럽고 비극적인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그 누구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민실위 회의에서는 김철원 기자가 논문에서 제기한 ‘MBC 네트워크에 대한 인식 및 현주소’가 중요한 문제라 생각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지부 민실위 간사들은 “현재 MBC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 당시 목포 MBC 보고와 보도를 배제해온 관행이 2019년 ‘손혜원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반복됐고, 여전히 그런 관행이 발견되고 있다며 이는 서울 MBC의 지역 MBC에 대한 소통 부족으로 인한 오해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사 기사는 믿어도 지역 MBC 기사는 안 믿어요. 우리 뉴스를 보고 연합뉴스에서 올린 기사들이 꽤 되는데. 왜 지역 MBC가 이렇게 해서 보냈을 때는 묵살하고 연합뉴스에서 기사가 나오면 그때서야 서울 MBC에서 전화하고…”
“연합이 이러니 서울에서 지역에 팩트를 확인하는 건 크게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연합의 방향과 지역 MBC의 기사 방향이 다를 경우 지역 MBC 대신 연합 방향대로 기사를 데스킹 한다는 점이다.”
“서울에서는 지역에서 아이템 발제해달라고 하시지만 너무 지역성을 띠게 되면 서울에선 전국화하고 싶다 보니 데스킹이 세게 들어가고, 지역 기자는 지역 데스크가 이미 출고된 것과 서울에서 출고된 거 하나의 주제에 대해 두 번 일하게 된다. 데스킹을 많이 받으면 기사가 더 좋아진다고 하지만 방송을 앞두고 데스킹을 받다 보면 문제 제기할 틈도 없이 그냥 데스크 받는 데로 방송을 하게 된다.”
“서울과 지역의 소통 문제로 보인다. 지역은 인원이 적지만 서울 전국부도 인원이 적어서 늘 소통이 부족하다. 서울에서 봤을 때 지역 기사가 맘에 안 들 수 있지만, 서울에서 지역의 의도와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편집할 경우 지역에서는 이에 대응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전국 민실위는 회의에서 제시된 의견들이 서로 간의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닌 오해와 불신의 간극을 좁히는 데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다만, 회의를 통해 나온 의견이 의견으로 끝나는 게 아닌 실질적 변화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보고 관련 의견을 서울 통합뉴스룸 전국팀에 전달키로 했다. 서울 전국팀장은 민실위의 의견 제시에 MBC 뉴스의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주제라며, 환경의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에 가진 고정관념부터 깨뜨리는 게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① ‘MBC 네트워크 강화’ 출발점은 고정관념 깨기
서울 전국팀장은 서울과 지역 MBC 간의 오해와 불신은 인식 차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년 동안 전국의 16개 계열사 기자들이 모두 953개의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담당했고, 매달 평균 79.41개. 하루 평균 2.64개의 리포트로 MBC 뉴스를 빛냈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제도 정치, 경제, 노동, 사회, 환경, 문화, 스포츠, 환경 등 매우 다양했다며 소위 그림 되는 사건·사고 기사만 처리한다는 인식은 선입견이라고 했다. 또한 [단독], [바로 간다], [집중취재 M], [소수의견], [제보 M] 등 이른바 ‘타이틀 리포트’라 불리는 주요 보도를 19개 방송할 만큼 다양한 주제의 심층 취재를 통해 지역 MBC 모두가 MBC 뉴스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축이라고 덧붙였다. 또 태풍, 장마, 산불 등등 각종 재난재해 현장에서 전 국민 알아야 할 큰 행사에서 전 계열사 기자들이 LTE 또는 중계차로 현장의 소식을 생생히 전달해 줬다며 앞으로 공영방송인 MBC 뉴스를 함께 만들어가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② 유대감 강화…인적 교류 시도해보자
서울 전국팀장은 지역 MBC에서 생산한 기사의 전국화 여부에 대해 몇 가지 오해를 설명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처리된 기사를 통신사가 뒤늦게 받아 기사화하였을 때 서울이 다시 제작을 요구한 경우는 매우 극소수이고, 이는 사안의 파급력에 대한 판단 때문이지 결코 통신사의 판단을 우선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 서울 MBC 전국부에서 지역 MBC 기사를 무시하거나 홀대했다는 불만과 아쉬움이 있다고 들어왔지만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광주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보도 및 단독보도를 예로 들었다. 실종자 발생 및 발견, 사고 원인과 관련된 여러 보도는 서울과 지역이 합심해서 만든 결과물이며, 지역 구성원들의 취재물이 빛나도록 더 공부하고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여전히 남아있는 불신과 오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주니어 기자들과의 교류를 제안했다. 서울 전국팀장은 지난해 16개 지역 MBC를 모두 찾아가 관련 제안을 했다며 “제작의 프로토콜이 달라 생기는 오해와 불신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고, 서로의 상황을 직접 느끼고 체험하다 보면 이런 아쉬움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민실위는 이번 회의를 통해 서울과 지역의 소통 부재가 오해와 불신의 깊이를 더했다고 보고, 그 간극을 메꾸는 첫 단추가 서울과 지역 MBC의 유대감 강화에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 MBC를 비롯해 MBC의 모든 지역사가 인적 교류를 통해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고, 하나 된 MBC를 구축할 수 있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뉴미디어는 생존 vs 기회”
민실위는 위기에 대한 전략도 고민해봤다. 프로그램 최일선 제작자들이기도 한 민실위 간사들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뉴미디어의 전략을 어떻게 짜고 구현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민실위 간사들은 TV로 뉴스를 보는 시청자 수가 점점 줄어들고 모바일을 통해 뉴스나 관련 콘텐츠를 보는 시청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튜브 등 뉴미디어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다. 다만 유튜브 등 각종 플랫폼에서 이를 어떻게 구현해야 성공 모델로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현실적인 고민과 어려움을 토로했다.
“뉴미디어를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아카이빙(아날로그 콘텐츠 디지털 변환 및 디지털 콘텐츠 DB화)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아카이빙 구축도 안 되고 있고, 혼자 맡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지원을 받아서 ‘청년 일자리’ 사업으로 디지털 아카이빙 예산을 확보했지만, 문제는 인력 부족으로 뉴미디어팀이 생겼다 없어지는 시행착오만 반복하고 있다.”
“뉴미디어팀이 이번에 새롭게 재편됐는데 구성원들이 노쇠해 구독자 확보 및 뉴미디어 전략을 짜거나 차별화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몇 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해봤는데 결론은 “과연 지역에서 뉴미디어를 가져가는 게 맞나”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트로트 유행으로 반짝 수익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가능한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본다. 지역은 뉴미디어의 목표를 완전히 따로 찾아야 하고, 젊은 층의 플랫폼에 추가로 뉴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접근할 필요 있어 보인다.”
“뉴미디어를 전담할 인력 필요성은 다들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메인 방송뉴스에 훨씬 큰 가중치를 두면서 뉴미디어는 가욋길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인력과 예산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러면 또 투자 대비 가시적 효과가 안 난다며 결국 줄이는 일이 반복되곤 한다.”
‘노동조합의 가장 젊은 조직’인 민실위는 각자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현실적 고민에 관해 관련 사례를 공유하며 방법을 모색기로 했다. 또한, 서울 지부에서 13년 만에 개정 중인 ‘시사 보도 프로그램 제작 준칙’을 공유하며, 보도나 프로그램의 공영성과 공정성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 틀 마련에 뜻을 모았고,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맞춰 선거 보도 및 방송의 모니터 방법에 대해 공유하는 등 연대를 강화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