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오늘부터 100일간의 정기회에 돌입한다. 대선과 보궐선거, 새정부 출범, 후반기 국회 구성을 지나 본격적인 ‘법안의 계절’이 시작됐다. 정기국회 입법 시간표는 여유롭지 않다. 추석연휴와 국정감사 기간 등 법안 심의가 어려운 기간을 제외하면 여러 법안을 심도있게 다룰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여야는 시급한 민생법안과 함께 우선 입법과제를 정해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를 앞두고 현업언론인들이 1순위로 꼽은 과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률 개정안’의 처리다.
여야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회를 독과점하고 경영진 임면에 개입하는 ‘정치적 후견주의’는 청산해야 할 악습이자 불법적 관행이다. 현행 지배구조는 극심한 사회적 갈등과 손실을 야기했다. 보도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제작 자율성을 침해해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 이행을 가로막았다. 권력과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거듭되는 방송장악 논란은 공영미디어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저해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거대 글로벌 미디어자본의 영향력 확대로 미디어산업과 언론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공영 미디어의 불안정성은 시민 참여와 공공미디어서비스 강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과 실행을 어렵게 만들었다. 정치권에 발목잡힌 공영미디어는 미래를 대비한 혁신과 변화에 부침을 겪었다. 국회 과방위 또한 해묵은 과제를 묵혀둔채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따른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지 못하고 멈춰서 있다.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 법안 논의는 19대 국회로 거슬러 올라 간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불법적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언론노동자들의 저항과 시민의 연대는 정치적 후견주의 타파와 시민참여를 위한 법 제도 개선 논의를 이끌어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지만 정치권은 공수를 교대할 뿐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도 여러 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그러다가 후반기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공영방송 독립성과 이를 다루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주요 의제로 급부상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박성중 의원의 ‘노조 공영방송 장악’궤변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률 개정이 왜 시급한 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지난 10년간 국회, 시민사회, 학계, 전문가들과 현업언론인들이 논의해왔다. 해외 사례와 국내 적용 가능 모델 전반을 검토했다. 다시 처음부터 논의하거나 검토할 필요가 없다. 여야정 모두 “방송장악 의지가 없고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동의하는 지금이 최적기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영방송의 정치독립과 시민참여 정신을 가장 잘 반영한 제도를 채택해 처리하면 된다.
현업언론인들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2022년 정기국회 대응에 임할 것이다. 현장 언론인들이 힘 모아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과방위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거나 현재의 과방위 구성 체계를 뒤흔들려는 시도에는 강력히 책임을 물을 것이다.
여야 정당 지도부와 과방위, 법사위 등 입법 핵심 주체들에게 촉구한다. 이제 공영방송을 둘러싼 내로남불 시대를 끝내고 미디어 공공성 강화와 발전을 위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하자.
2022년 9월 1일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