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민간 상업방송으로 지난 63년간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자본감시와 권력 비판이라는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온 부산MBC가 창사 이후 최초로 비판과 감시의 핵심 대상자인 부산시와 부산시장으로부터 민사소송이라는 ‘입막음 송사’의 피고로 기록되었다. 소송의 이유는 지난 2018년부터 제작, 편성되어온 지역 MBC의 대표적인 공공기관 예산감시 프로젝트 <빅벙커>라는 프로그램의 방송내용이 사실 왜곡과 편파적이었다는 부산시의 주장 때문이다.
<빅벙커>는 기획 당시 “예산이라는 숫자 뒤에 감추어진 비밀”이라는 부제로 ‘우리가 내고 있는 세금이 과연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사용되고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본격 공공예산 추적 프로젝트 프로그램이다. 그런 이유로 지난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자치단체장 후보들의 공약, 그중에서도 특히 예산편성과 관련된 내용에 더욱더 세밀한 현미경을 들이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프로그램의 제작 방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와 부산시장은 지난 4월 28일과 5월 5일 방송분(부산‧대구시장 공약 이행 점검 1, 2부)의 박형준 부산시장 ‘15분 도시’ 정책과 공약 관련 보도 내용 중 본인에게 불리한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지난 5월 10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중재 요청을 한 바 있다. 하지만 5월 25일과 6월 16일 총 2회에 걸친 조정 회의는 부산시 측의 과도한 반론 보도 요구로 최종 불성립되었으며, 6월 19일 그들은 부산MBC를 상대로 반론 보도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번 소송에서 그들이 문제를 제기한 프로그램 방송내용은 ▲15분 도시 계획의 일부 건설사업이 생태성과 상충한다는 점 ▲15분 도시 계획의 기본구상이 미완성된 상황에서 홍보성 예산 2억을 집행한 점 ▲지역개발기금 융자금으로 무리하게 66억의 예산을 끌어온 점 등이다. 그 밖에 출연자와 게스트의 원고 내용 하나하나에 대하여 불편함을 제기하며 그들이 직접 작성한 A4용지 2장 분량의 반론보도문을 멘트와 자막으로 낭독 속도와 위치까지 지정해서 방송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빅벙커> 제작진은 부산시 담당자 혹은 부산시장이 직접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해당 내용에 대한 반론권 보장을 보장했지만, 그들은 유례없는 민사소송으로 제작진의 제안을 일갈하였다.
소장에 작성된 청구취지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요구는 정정보도의 도를 넘어섰다. ‘반론보도문을 인터넷, 유튜브 등 다른 매체에도 게재해야 하며, 보도기사 검색 DB에 보관하여 검색 가능하게 하라.’ ‘불이행 시 이행 완료일까지 1일 500만 원의 비율로 현금을 지급하라.’ 여기서 더 나아가 그들은 소장에서 이번 소송의 목적을 ‘부산시 정책과 관련하여 부정적인 프레임 형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함’이라고 부끄러움 없이 고백하고 있다. 언론의 의제 설정 기능을 그들의 입맛에 맞게 재단하겠다는 뻔뻔한 본심과 불순한 의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정보도’는 사실 보도에 한하며, 비판이나 논평기사는 제외된다. 또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따르면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정무직 공무원과 후보자 등, 공익침해 행위와 관련한 언론보도 등’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태연하게 ‘1일 500만 원’이라는 ‘배상 겁박’으로 공영방송의 비판과 감시를 피해갈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인가? 누가 보아도 그들의 이번 소송은 그들에게 불편한 목소리에 대한 재갈 물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역사는 ‘비판과 감시’, ‘통제와 억압’ 그리고 ‘저항과 극복’으로 점철된 끝없는 반복의 역사였다. 과거에도 그러했으며, 현재도 그러하다. 전국언론노조는 문화방송 본부는 조합의 이름으로 부산시와 부산시장에게 묻는다. 이번 송사의 목적이 진정 언론의 ‘비판과 감시’를 ‘통제와 억압’으로 누르기 위함인가? 만약 그러하다면 공영방송 노동조합이 나아갈 방향은 한 길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밝힌다.
2022년 8월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