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질극을 멈추고 퇴진하라>
대체 뭐하는 짓거리들인가.
어제 보도국에 나붙은 공지 한장은 막장뉴스의 극단이었다. 오후 5시 이브닝뉴스와 오전 6시 뉴스투데이를 ‘녹화’ 방송하겠다는 것이다. 이브닝뉴스의 경우 “리포트 3개를 자막까지 입혀 3시까지 납품하라”며 “상황변화가 예상되는 아이템은 제외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오늘 이브닝뉴스는 오후 3시 녹화돼 편집을 거쳐 2시간 뒤 마치 생방송인 것처럼 전파를 탔다.
내일 아침부터 녹화 방송될 예정인 뉴스투데이는 더 가관이다. 여기엔 아예 스트레이트 뉴스를 넣지 않고 ‘별별 영상’이나 ‘스마트 리빙’ 등을 사전제작해 비보도물로 채우겠다고 한다.
제정신인가. 그게 뉴스인가. 방송 뉴스의 목적과 존재 의의가 무엇인가. 시청자들에게 최신 정보를 빠르고 쉽게 전달하는 것 아닌가. 그런 속보를 반영하기 위해 기자들이 뛰어다니며 취재를 하고 방송 직전까지 숨가쁘게 기사를 써 온 것 아니었던가. 방송 사상 유례없는 ‘녹화 뉴스’를 하겠다는 믿기 어려운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의도는 뻔하다. MBC 구성원들의 강도 높은 총파업으로 뉴스 파행이 불가피해지자, 마치 문제가 없다는 듯 눈가림하겠다는 것이다. 뉴스의 존재 이유와 목적이 어떠하든, 일단 방송 시간을 채우는 ‘땜질’로 파행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사전에 읽어놓은 앵커멘트, 미리 짜놓은 큐시트로 마치 최신 정보를 전달하는 듯 뉴스를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명백한 사기극이다. 시청자들에 대한 파렴치한 기만이다. MBC 경영진과 보도책임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뉴스 가치를 제멋대로 재단해 온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녹화 뉴스’는 더 이상 ‘뉴스’를 ‘뉴스’로 보지 않는다는 자기 고백이나 다름없다. 자신들의 자리보전을 위해 뉴스마저 ‘눈속임’으로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이는 방송 사유화의 정점이다. ‘갈 데 까지 간’ 방송 농단이다.
우리는 사측이 왜 이렇게 황당무계한 결정을 내렸는지 잘 알고 있다. 뉴스를 진행하던 2명의 기술 감독마저 오늘부로 파업에 동참하면서, 이제 남은 기술 인력은 1명에 불과하다. 이마저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를 담당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뉴스는 생방송으로 진행하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녹화 뉴스’라는 정신 나간 방안을 들고 나온 보도국의 현실은, 우리가 왜 지금의 경영진과 보도 책임자들을 믿고 따를 수 없는지 다시 한번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 기자들은 이번 ‘녹화 뉴스’ 결정에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한다. 사측은 대국민 사기극을 당장 중단하라. 그간 언론 부역 세력이 저지른 과오와 위법행위, 그로 인한 MBC 구성원들의 총파업은 얄팍한 눈속임으로 감추거나 축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 사태에 대한 비상식적인 대응이 계속될수록, 시청자와 국민 앞에서 치러야 할 죗값이 커질 뿐이다.
파업 탓할 생각은 하지도 마라. 우리가 일자리와 생계를 뒤로 하고 파업에 나선 이유부터 고민해봐라. 뉴스의 기본을 부정한 ‘녹화 뉴스’는 뉴스에 칼을 들이대 김장겸의 자리를 지켜보겠다고 벌이는 인질극이다.
뉴스 정상화에 대한 해법은 간단하다. 김장겸 사장은 즉각 퇴진하라. 그간 편파 왜곡 보도로 MBC 뉴스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녹화 뉴스’라는 방송 사상 초유의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는가. 이번 결정으로 공영방송을 바라보는 이들의 인식 수준은 한층 더 명확해졌다. 국민들 역시 더 이상의 뉴스 사유화와 보도 농단을 용납할 인내가 남아있지 않다. 더 이상 추락할 여지가 남아 있는가. 이제 그만하면 됐다. MBC 뉴스, 그 오욕의 역사는 이제 여기서 끝내라.
2017년 9월27일
기자협회 비대위
[출처] 기자회 비대위 성명|작성자 MBC 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