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경영진이 하지 말았어야 할 징계를 또 감행했다. ‘MBC 막내기자의 반성문’을 온라인에 게재한 전예지, 곽동건 기자에겐 근신 7일을,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까지 징계 대상이 된 이덕영 기자에겐 출근 정지 10일이라는 징계를 결정했다. 출근 정지는 회사 출입이 금지되고 급여도 제공되지 않는 점에서 사실상의 10일짜리 정직으로 볼 수 있다. “회사와 임직원을 근거 없이 비방해 취업 규칙을 위반했고 ‘공정성’과 ‘품격 유지’를 규정한 MBC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어겼다”는 이유다. MBC 기자협회는 징계 수위의 높낮음을 떠나 이번 징계 자체를 경영진의 인사권 남용으로 규정한다.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은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린 경영진과 이를 추종하는 자들을 대신한 용기 있는 사죄이며, MBC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간절한 호소였다. 또 이러한 상황을 수수방관했던 선배 기자들을 향한 따끔한 질책이며 동시에 훗날 공영방송의 암흑기 MBC 기자들이 보였던 최소한의 양심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데 누가 누구를 징계한단 말인가? 처참하게 망가진 일터를 다시 일으켜보자는 절규가, 사망선고 직전의 뉴스를 다시 살려보자는 몸부림이 어떻게 ‘해사 행위’가 될 수 있는가? 또한 구성원들의 입막음을 위해, 구성원의 동의도 없이 설정한 초헌법적 ‘가이드라인’을 징계의 잣대로 사용한 자체가 징계권 과잉의 전형이다.
지금 MBC 뉴스를 보라. 대선보도에서는 특정후보를 어떻게든 흠집내보려는 불공정 보도를 일삼고 언론노조의 ‘부역자 비판’에 경영진을 대변한답시고 ‘색깔론’을 덧씌운 저급한 주장을 그것도 뉴스라는 공공재를 도구화해 광분하고 있다.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그제 종합편성채널 JTBC의 대선후보 토론회를 보았는가?
KBS, SBS는 물론 종편 채널까지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자체 토론회를 여는데 MBC만 빠졌다. 시청률 25%를 넘나드는 프로그램 방송 기회를 날려버린 책임자는 누구인가? 혹시 선관위 주관 토론회만 중계하면 된다고 자위하고 있는가? 해사 행위란 이런 것이고 징계는 이럴 때 하는 것이다.
막내 기자에 대한 징계는 무효다. 공영방송 MBC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첫 날, 이 징계는 무효화될 것이다. 경영진 역시 지금 남발하는 징계가 부질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무리수를 두는 건 나날이 추락하는 권위를 부여잡고 우왕좌왕 흔들리고 있는 내부를 단속하기 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칼은 휘둘렀지만 그 칼에 제 몸이 베이고 말았다는 걸 확인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뉴스데스크 인터뷰 조작의혹’과 관련해 막내 기자들과 함께 회부될 예정이던 김희웅 전 기자협회장과 이호찬 전 민실위 간사에 대한 인사위원회는 연기됐다. 감사국의 결과를 통보하고 이의 제기를 받는 절차를 생략했다가 뒤늦게 절차상 하자를 확인한 것이다. 이것만 봐도 두 기자에 대한 징계가 얼마나 날림, 졸속, 표적 징계인지 자명하다.
MBC 기자협회는 다시 한 번 천명한다. 망가진 뉴스를 살리자는 절규와 몸부림이 징계 대상이라면, 사적 공간인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단상을 올린 게 회사가 나서 징계해야할 대상이라면 전예지, 곽동건, 이덕영 기자와 뜻을 같이 하는 모든 기자를 징계하라! 대신 우리는 징계 과정을 주도한 자가 누구인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또 막내 기자가 징계를 받게 생겼는데도 ‘어쩔 수 없지 않냐?’며 이를 도운 기회주의자, 지켜만 본 방관자들도 반드시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할 것이다. 그리고 한 치의 정당성도 없는 ‘부당 징계’ 에 맞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해 함께 행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