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이 지난 18일 <시사매거진 2580> 소속 작가 9명에게 ‘권고사직‘을 벼락처럼 통보했다. “프로그램이 잠정 중단됐으니 더 이상 MBC로 출근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말에 ‘권고’만 붙었지 사실상 ‘해고’ 통보이다. 소속부장과 데스크는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대신 소속 파견 회사의 전화 한 통이 전부였다. 결국 이들 9명은 불과 두 시간 만에 쫓기듯 짐을 싸 사무실을 떠나야 했다. 부당한 아이템 검열과 보도개입에 항의하며 기자들과 함께 제작거부에 돌입한 지 3주 만이다.
스스로를 ‘파리 목숨’이라 칭했던 작가들이다. 그럼에도 <시사매거진 2580>의 정상화를 위해 누구보다 용기 있게 나선 그들이었다. “정당한 취재를 협박과 징계로 위축시키는 것이야말로 업무방해”라며 몰락한 <시사매거진 2580>의 현주소를 가장 앞에 서서 증언했던 방송인들이었다.
사측은 가장 저열한 방식으로 응수했다. 방송 제작자로서의 양심과 상식에 기반을 둔 ‘절규’를 가장 손쉽고 잔인한 방법으로 짓밟았다. ‘더 나은 사회’를 고민하며 젊음과 열정을 바쳤던 일터이자 누군가에겐 절박한 생계의 터전을 한 마디 말로 빼앗아갔다.
공영방송의 제 역할을 고민해온 구성원으로서,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자발적 결의를 통해 부당 지시를 거부하기로 한 작가들이었다. 평생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여본 적 없는 자들, 고통을 감수하며 연대해 본 적 없는 자들에게 이들의 제작 거부는 ‘불가해한 몸짓’이었을 것이다. 전혀 이해할 수 없어 오히려 더 두려운 행동이었을 것이다. 가슴 아프지만 크나큰 용기가 필요했던 그 결정에 사측이 덧씌운 건 오직 ‘괘씸죄’였을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MBC를 잠식한 ‘방송 사유화’는 이제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제작 거부 이후 함량 미달 제작물, ‘땜질 방송’으로 <시사매거진 2580>을 하루아침에 웃음거리로 만든 사측은 ‘무기한 결방, 프로그램 폐지’ 운운하며 23년간 구성원들의 피땀으로 쌓아올린 신뢰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있다. 시청자들과의 약속 따윈 안중에도 없는 그들의 발상은 더 이상 공영방송을 이끌어갈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방송 프로그램의 존폐를 구실로 눈엣가시를 내쫓는 그 천박함으로, 그들은 이제 언론 적폐를 넘어 이 사회의 적폐들임을 자인했다.
가장 약한 지점에서 시작된 저항이 실은 가장 마지막까지 버티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역사는 거듭 증명해왔다. 스스로 위태로울 것임을 알면서도 한 발짝도 비켜서지 않은 작가들의 용기는 이미 MBC 정상화를 위한 싸움의 단단한 씨앗이 되었다. 이제 그 뿌리를, 줄기를, 잎을 우리가 키우고 지킬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9인의 작가가 꿈꾸었던, ‘세상을 보는 따스한 눈’으로 <시사매거진 2580>을 만들 수 있는 그날이 오면 공정방송의 열매를 함께 수확할 것이다.
2017년 8월 21일 MBC 기자협회 비대위
[출처] 비대위 성명] 저열한 집단해고를 규탄한다|작성자 MBC 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