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한 싸움이었다. 이른바 ‘유배지’로 부당 전보된 MBC PD와 기자 중 일부가 법원 판결로 복귀했다. 지난 13일 대법원은 김환균 PD 등 9명이 낸 전보발령무효확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하고 MBC 사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김환균, 고성호, 이우환, 이영백, 한학수, 이춘근 PD가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회사가 PD에게 프로그램 제작을 독려해야하는 게 당연함에도 그간 MBC 경영진은 저항하는 PD들을 제작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것 자체에 혈안이 되어 패소가 잇따르는 소송을 남발해 왔다. 치졸한 의도를 그럴 듯한 말로 꾸며 조직원들을 농락하고, 안 되면 겁박하며 상식을 바로 세우는 일을 저지해왔다. 이번 재판에서 경영진은 “PD의 창의성이 요구되는 직종으로의 정당한 전보 인사”라고 해명했지만, 쫓겨났던 PD들은 발령지에서 창의성을 요구받은 적이 없다. 사측은 대법원 판결 전에는 피해자들의 복직을 미뤄오며 현실을 외면했으나, 사법부의 최종심인 이번 판결로 그들은 더 이상 만행을 이어갈 명분을 잃게 되었다.
앞서 1, 2심 재판부는 “전보 발령으로 기자, PD로서의 경력이 단절되고 능력과 욕구가 반영되지 않은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시받아 불이익이 매우 크다.”며 사측의 부당 인사 발령으로 인해 당사자가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명시하였다. 또한 재판부는 “MBC가 PD와 기자들을 신규로 채용하면서도 해당 사원들을 경인지사 등에 전보 발령한 것은 인사규정이 정한 전보의 원칙과 맞지 않고, 업무상의 필요성이나 인원 선택의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측의 전보 발령이 원칙에 어긋난 비합리적인 인사였음을 명시했다.
올해 MBC의 슬로건은 “품격 있는 젊은 방송”이다. 최소한의 도덕인 법조차 이행하지 못하는 곳에서 품격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한민국 사법부로부터 원칙 없는 비합리적 판단을 지적받으며 품격을 떨어뜨린 사측은 국민 앞에 나와 사죄해야 한다. 특히 당시 인사권자들인 김현종 교양제작국장(현 목포MBC 사장), 송재우 시사제작국장(현 춘천MBC 사장), 김도인 라디오국장(현 편성제작본부장), 김철진 편성제작본부장(현 원주MBC 사장), 아울러 이런 악랄한 행위의 최종 책임자이자 조력자였던 안광한 사장, 권재홍 부사장(현 MBC플러스 사장),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현 MBC 부사장)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이에 상승하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회사는 이번 판결 당사자에게 인사부 메일 한 통과 전화 하나로 갈음하려고 하나 어림없는 행동이다. 사측은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게 정식으로 사과한 후, 그들이 입은 실질적 피해 회복에 힘써야 한다. 유배지에서 지속적으로 내려졌던 최저 등급의 인사평가(R등급)와 승진 누락에 대한 복구가 있어야 한다. 오래 동안 프로그램 제작에 매진해온 PD를 현업에서 배제시키고 제대로 된 업무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업무 평가, 승진 평가는 그 자체로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당연히 시정되어야 한다.
그 동안 숱한 부당인사가 있었으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중에 소송으로 확인한 일부에 불과하다. 아직도 적폐가 넘친다. 사측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패소를 거울삼아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행위들을 바로 세우라. 아직도 10여명의 MBC 구성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전보발령무효확인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들의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경영진은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존중하여 해당 인사발령을 당장 철회하라. 그리고 절차상으로 인사권자가 취업규칙과 내규에 따라 당사자와 협의 절차도 없이 진행하는 이러한 강제 전보는 없을 거라 명시하라. 그게 책임자들이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2017년 4월 20일
MBC PD 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