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부문 32기 성명] 가짜는 물러나라 김장겸은 퇴진하라

2012년 우리는 170일을 싸웠다.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이었고, ‘공정방송’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임을 외치는 선언이었다. 법원도 ‘합법’으로 인정한 싸움이었다. ‘공정방송’은 노사 모두의 권리이자 의무이며 이를 논의할 단체협약 등 제도적 장치를 무력화시킨 건 사측의 ‘위법’이라고 법원은 판시했다. 그 ‘위법’의 한 축은 분명 김재철이었고, 원인 제공자는 바로 김장겸이었다. 2012년 170일을 질기게 싸워야 했던 근본 원인을 캐고 캐다 보면 끔찍하게 대면하게 되는 인물이 바로 김장겸이다. 김장겸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그 170일의 고단한 싸움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2011년 엄기영 강원도지사 후보의 불법 선거 운동이 적발됐을 때 MBC는 억지로 기계적 균형을 맞춰 ‘혼탁*과열’로 보도했다. 사건사고를 정쟁으로 뒤바꾼 전대미문의 편파 보도였다. 이때 정치부장이 김장겸이다. 이듬해 대선 무렵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은 부실한 검증과 반론에도 불구하고 ‘단독’ 보도했다. 이쪽에 불리한 건 물 타고, 저쪽에 불리한 건 침소봉대하는 편파 보도의 정형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역사 교과서 논란, NLL 논란, 국정원 댓글 사건, 세월호 참사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현안들이 그런 식으로 불공정하게 다뤄졌다. 적어도 MBC 보도의 불공정성에 관한 한 가장 큰 책임은 다름 아닌 김장겸에게 있다.

MBC에게는 잔인한 세월이었지만 김장겸은 승승장구했다. 정치부장에서 보도국장으로 다시 보도본부장으로 그리고 사장까지,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수직 승진이었다. 시민활동가에게 ‘주먹 감자’를 날리고, “성탄절에 탄핵 보도를 꼭 해야 되는지 생각해보자”던 분도, 민실위보고서를 찢어 휴지통에 버리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를 서슴지 않던 분도 다들 영전했다. 보도부문을 손아귀에서 놓지 않으려는 김장겸이 허수아비처럼 써먹던 양반들이다. 정영하, 강지웅, 이용마, 최승호, 박성제, 박성호 … ‘공정방송’을 위한 싸움에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6명의 동료들이 1800일 넘게 해직의 아픔을 겪고 있는데, ‘증거없이 일단 해고시켰다’던 또 다른 양반도 멀쩡하게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 김장겸의 MBC에서는 이런 것들이 ‘정의(正義)’이다.

얼마전 파업 이후 입사한 막내 기자들의 성명을 참담한 마음으로 읽었다. 막내들이 입사해서 보고 들은 건 김재철이 시작하고 김장겸이 완성한 ‘헬 MBC’의 처참한 지옥도였다. 김재철을 지나 안광한을 거쳐 김장겸이 사장으로 앉아 있는 MBC, 이보다 지옥같은 현실은 없을 것이다. 막내 기자들에게 MBC는 처음부터 지옥이었다. 어렴풋이 기대했을 기자정신과 치열한 토론 같은 것들은 커녕 적당히 하거나 시키는 대로 하는 걸 먼저 강요당했던 후배들이다. 작은 저항도 가혹한 징계로 돌려주는 불의를 몸소 체험해낸 후배들이다. 김장겸이 망쳐놓은 건 공정성 뿐만이 아니다. 건강했던 조직, 생기와 활력 넘치던 기자집단을 영혼없는 수인(囚人)으로  전락시킨 장본인 역시 김장겸이다.

김장겸은 ‘야당 방송이 되겠다’고 했단다.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말이지만, 어쩌면 김장겸은 우리에게 소중했던 이 일터를, 한때 사랑받던 공영방송 MBC를 태극기 부대의 ‘남한산성’으로 만들 작정인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는 ‘폐가입진(廢假立眞)’의 각오를 새기고자 한다. 이 구호가 실제 쓰인 역사적 배경들은 각기 다를 것이다. 다만 ‘가짜를 폐하고 진짜를 세운다’는 말이 지금 우리에겐 너무나 절실하다. 상처받고 꺾여 나가더라도 진짜들을 세워야겠다. 다시 고단한 싸움이 닥쳐오더라도 피할 생각도, 겨를도 없다. 상식의 하한선을 아무리 낮춰도 뻔뻔한 가짜들이 망쳐놓은 MBC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2017년 6월 7일

보도부문 32   김해동 김희웅 박재훈 양효경 최형문 한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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