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고대영 사장,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안팎의 사퇴 요구가 거세다. KBS 사원 88%가 고대영 사퇴를 요구하며 출근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MBC 사원들도 징계를 불사하고 “김장겸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두 사람의 죄상을 성토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매일 쏟아지고 있다. 공영방송을 망쳐놓은 장본인들이 사퇴를 거부하며 개혁에 저항하는 현 상황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이들은 이명박 · 박근혜 권력에 빌붙어 진실보도를 가로막음으로써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한 책임이 있다. 공영방송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려 KBS와 MBC의 위상을 추락시켰고, “언론도 공범”이라는 국민의 비난을 자초했고, 젊은 기자 · PD들이 취재 현장에서 욕먹으며 쫓겨나게 만들었다. 이 몇 가지 사유만으로도 이들은 양사 구성원들은 물론, 시청자들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길이 없다.
‘임기 보장’을 내세우며 탄압받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은 위선이요,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KBS 정연주 사장을 쫓아낼 때 보인 막무가내 행태를 우리는 뚜렷이 기억한다. 새 정부는 이러한 저급한 방법을 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이 상식과 양심에 따라 스스로 개혁의 길을 모색해야 할 지금, 고대영과 김장겸이 구성원들의 사퇴 요구와 시청자들의 준엄한 비난 여론을 묵살하며 개혁의 큰 물결에 역행하는 것은 소모적인 갈등을 연장할 뿐,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고대영 사장과 김장겸 사장은 자진사퇴를 거부함으로써 더 불행한 사태를 자초하겠다는 건가.
KBS PD협회보에 실린 후배 PD의 ‘사적인 9년사’, 그리고 MBC 2008년 사번의 성명서를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명박 집권 후 입사해서 박근혜 정권 몰락까지 9년 동안 방송의 암흑기만 겪은 후배들의 아픔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KBS는 이병순-김인규-길환영-조대현-고대영 체제에서 정권의 나팔수이자 뉴라이트의 대변인으로 전락했다. 김재철-안광한-김장겸으로 이어진 MBC의 적폐는 더 심각했다. 유능한 기자·PD·아나운서를 비제작부서로 쫓아내고 바른 말 하는 사원들을 가차없이 징계·해고한 MBC 경영진의 탈법적 노동탄압은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으로 낱낱이 심판받을 것이다. 이들은 배임, 횡령, 사기 등 범죄 혐의로 검찰수사도 받아야 한다. 무슨 낯으로 사장 자리를 지키겠다는 말인가.
이들이 뉴스를 사유화하여 ‘방송장악의도’ 운운하는 보도를 내면 일부 수구언론이 이를 받아서 사설을 쓰고, 자유한국당이 이른바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를 결성하는 적폐의 카르텔이 또 모습을 드러났다. 이 낡은 수법은 먹히지 않을 것이며, 깨어있는 국민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어느 PD의 페이스북에 따르면, MBC 경영진이 ‘언론자유’를 들먹이며 사퇴를 거부하는 것은 “연쇄살인범이 흉기를 든 채 피해자의 집 안방에 앉아서 ‘나를 처벌하는 것은 살인’이라고 우기는 것”과 다름없다.
KBS와 MBC의 미래는 후배들의 것이다. KBS와 MBC를 지배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한 9년 동안의 공영방송 적폐는 이제 끝장나야 한다. 고대영 사장과 김장겸 사장은 조속히 자진사퇴하는 것만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지혜로운 선택임을 깨닫기 바란다.
KBS이사회의 이인호 이사장과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장도 즉시 사퇴해야 한다. 두 분은 조병화 시인의 <의자>를 열 번 쯤 낭송하실 것을 권한다.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겠습니다.” 나이 든 인간이라면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구별하는 최소한의 성찰과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극우 신념이 시대에 한참 뒤쳐진 것인 줄 모르고 젊은이들의 세상살이를 피곤하게 만드는 게 바로 ‘노추’라는 걸 굳이 알려드려야 할까?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즉시 물러나서 최소한의 지혜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것만이 조금이라도 덜 추하게 늙어가는 길임을 진언드린다.
방송개혁의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명박 · 박근혜 권력에 줄을 대어 호의호식한 양사의 부역자들은 조속히 도려내야 할 적폐다. 뉴스는 물론 교양 드라마 예능 등 각 부문의 신뢰를 회복하고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 내부 구성원 사이의 불신과 반목을 해소하고 새 출발을 이끌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하다. 방송사를 이끌어 갈 명분도, 도덕성도, 리더십도 모두 상실한 KBS 고대영 사장, MBC 김장겸 사장은 하루 빨리 물러나라!
2017년 6월 19일
한국PD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