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와 볼거리로 뉴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서울MBC의 지역MBC 뉴스 담당 부서인 전국부가 이브닝뉴스에 ‘지역 볼거리‧먹거리’ 코너를 신설했다. 전국의 유명 관광지와 숨은 명소 같은 볼거리, 지역의 대표 음식이나 요즘 뜨는 간식 등 먹거리를 뉴스에서 소개하면 시청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코너 신설 취지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전국부가 문호철 보도국장의 얘기라며 지역MBC 보도국에 보낸 전달사항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국장께서는 요즘 우리 뉴스에 딱딱한 내용이 너무 많아서 각 지역의 유적이나 명소, 관광지를 소개하는 소프트한 코너를 만들어 보자는 게 기획 취지라고 설명하셨습니다.”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가 아니라는 목포MBC 취재기자들의 현장 보고를 묵살했던 것이 전국부였다. 세월호 유족들을 폄하하는 뉴스를 직접 제작해 방송한 것이 당시 서울 전국부장이었다. 사드에 반대하는 성주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구MBC의 뉴스 역시 거의 서울의 전파를 타지 못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역 취재기자의 항의를 묵살하며 주민들을 폭도로 몰아붙이고 마치 배후세력이 있는 것처럼 왜곡한 뉴스를 ‘앉아서’ 생산했다. 살아 움직이는 지역의 뉴스를 국민에게 전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지역을 볼거리와 먹거리나 있는 곳으로 희화화하려는가?
MBC뉴스의 경쟁력이 왜 떨어졌는지, 왜 2%만 보는 뉴스가 됐는지 정말 모르는가? 정말 “뭣이 중헌 지” 모르는 것인가,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인가? 세월호 취재 현장에서, 사드 반대 시위 현장에서, 촛불 혁명의 현장에서 MBC 로고가 찍힌 카메라와 마이크가 냉대를 받고, 조롱을 듣고, 심지어 삿대질에 멱살잡이를 당하고 꺼지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 우리 뉴스가 ‘소프트’하지 않아서였을까? MBC 이름이 새겨진 중계차가 뒷골목으로 숨고 취재기자는 남들이 볼까 두려워 숨어서 리포팅을 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MBC뉴스가 추락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간 정권이 낙점한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사장 체제에서 민심을 철저히 외면하고 친정부 뉴스를 생산하며 특정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나팔수 노릇을 해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파면되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금도 MBC에는 뉴스 신뢰도 추락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김장겸씨가 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뉴스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김장겸 사장은 물러나야 한다
김장겸 사장은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 정치부장과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지내며 MBC뉴스를 책임졌던 사람이다. 그가 정권과 코드를 맞추면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는 동안 MBC뉴스는 점점 아무도 보지 않는 뉴스가 되었다. 보도국장으로 있을 때 세월호 유가족을 ‘깡패’라고 지칭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샀고, 사드 배치 결정 당시에는 보도본부장이었다. 최근에는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철저하게 축소· 은폐했고, 오히려 태블릿 PC의 진위를 문제 삼는 ‘가짜 의혹’으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다. 지난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는 최악의 편파보도를 선보였다. MBC 뉴스를 극소수 극우 세력의 전유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다. 그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고영주씨 등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은 탄핵 직전인 지난 2월, 김장겸씨를 MBC 사장으로 선임했다. 박근혜 체제의 공영방송에 대한 마지막 알박기였다.
우리도 알고 저들도 알고 모두가 다 안다. MBC뉴스는 먹거리와 볼거리 뉴스가 없어서 추락한 게 아니다. “맛집 탐방이나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지역MBC 보도국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가. 지역의 현안은 외면하면서, 시청률을 높인다며 지역의 기자들을 먹거리와 볼거리가 펼쳐져 있는 카메라 앵글 속으로 밀어 넣으려는 당신들의 시도는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영 잘못 찾았다. 단언컨대 뉴스경쟁력 회복은 먹방이 아니라 김장겸 퇴진에서 시작한다.
2017년 7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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