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D수첩> 제작진이 결국 제작 중단에 돌입했다. 당장 오늘(25일) 방송부터 송출되지 못한다. ‘시사교양’ PD들은 5년 이상 계속된 MBC 경영진과 보직자들의 부당한 검열과 간섭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2년 ‘170일 파업’ 후 어떻게든 MBC의 상징적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을 재건하고 저널리즘을 다시 세워보려던 PD들이다. 검열은 이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모독이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후 방송된 <PD수첩>에서는 유가족들의 눈물을 볼 수 없었다. 당시 팀장이 “유가족이 우는 장면을 최대한 삭제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담당 국장은 고액의 세금을 탈루한 신동아 그룹 최순영 전 회장 취재분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 시술을 다룰 때는 박 전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많이 쓰지 말라는 요구까지 해왔다.
방송이라도 나갈 수 있으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4대강 문제를 다룬 아이템은 최근에야 겨우 방송됐다. 담당 PD는 방송이 나가자마자 다른 부서로 전보조치됐다. 한일 위안부 합의의 실체,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백남기 농민, 진주의료원 폐업 등 한국 사회의 주요 쟁점사안을 <PD수첩>은 아예 방송하지 못했다. PD들이 항의하고 읍소도 했지만 MBC 경영진과 보직자들은 이를 묵살했다.
2. 이는 <PD수첩>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보도국에서도 세월호 유족들의 눈물 화면을 쓰지 말라, 청와대를 비판하는 인터뷰를 쓰지 말라는 촘촘한 지시가 내려왔다. 전사적인 보도지침이었다. 故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장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역사학계의 비판 의견은 삭제됐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을 전담 취재했던 TF는 가장 먼저 해체됐다.
그 자리는 세월호 유족을 모욕하고, 특조위를 비난하고, 집회 참가자를 폭도로 몰고, 탄핵 여론을 왜곡하는 기사로 채워졌다. 경영진은 세월호 유가족을 ‘깡패’라고 부르고 조급증으로 잠수부를 숨지게 했다는 혐의를 씌웠다.
3. 심지어, 창의성과 제작 자율성이 프로그램 경쟁력의 핵심인 예능, 드라마 부문에서마저 검열과 간섭이 이어졌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는 물론 자막까지 검열을 거쳐야 했다. ‘비선실세’의 아들을 MBC 드라마에 꽂아넣고 두둑한 출연료를 챙겨주었다.
4. <PD수첩> 제작 중단은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체제로 이어진 경영진이 MBC 전반에 쌓아온 적폐가 시사제작국에서 먼저 곪아 터져나온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시사제작국’ 명의의 성명서에서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조합원”, “청부 아이템”이라는 표현을 쓰며 제작진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PD가 노동조합 조합원이기 때문에 무조건 제작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노조가 있는 언론사는 노동 문제를 취재할 수 없다는 궤변이다. 노동조합을 탈퇴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인 노동문제를 다룰 수 없다는 협박이다. 이는 언론의 기본 존재이유를 부정한 것이자, 현행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범죄행위이다.
조창호 국장과 김도인 본부장은 즉각 퇴진하라. 더 나아가 지난 수 년 동안 누적된 제작 자율성과 보도 공정성 침해, 노동관계법 위반 행위의 최종 책임자인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도 즉각 퇴진하라.
노동조합은 <PD수첩> 피디들의 제작거부 투쟁을 외롭게 두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MBC의 전 사원들, 전 조합원들이 연대해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을, 그리고 반드시 승리할 것을 밝혀둔다.
2017.7.25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