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 필요성 자복한 MBC 경영진, 더이상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김장겸 경영진이 현재 MBC의 파업 사태를 풀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스스로 실토했다. MBC 경영진을 대표해 어제 방송문화진흥회에 출석한 백종문 부사장은 MBC 파업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단협을 하자는 공문을 보내고 있지만 사회 이슈화가 돼서 쓸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바로 자신들이 얼마 전 공식입장까지 내가면서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영상기자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었지만 파업에 들어가 인력이 부족하다”며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음을 실토했다.
사실상 자기 입으로 김장겸 사장과 본인을 비롯한 MBC 임원들이 해임되어야 하는 근거를 자복한 것이다. 사측의 단협 해지로 MBC가 무단협 상태가 된 지 1700일이 넘었다. 최근 국정원 문건에서도 드러났듯, 단체협약 무력화는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MBC를 손에 넣으려는 국정원의 MBC 장악 시나리오이기도 했다. 이렇게 치밀하게 MBC 파괴 공작을 저질러온 자들이 형식적인 단협 요청 공문 몇 장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더구나 노동조합은 단체 협상 과정을 똑똑히 기록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미 여러차례, 형식적이고 가식적인 단협 요청 공문이 아니라 진정성있는 교섭 의지를 보이라고 사측에 요구해왔다. 공문이 오고가는 와중에도 사측은 구성원들을 부당 전보하고, 조합원들을 ‘민주노총 청부인’으로 매도하며 방송 제작을 가로막았다.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가로막고 대체인력 채용까지 시도했다. 구성원들의 누적된 분노가 폭발한 지금, 알량한 공문 몇 장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가.
파업을 풀 방법이 없다느니, 파업때문에 진상조사를 못한다느니, MBC 경영진의 볼썽사나운 남탓은 결국 조직 관리 능력과 운영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발언이다.
KBS 길환영 사장이 해임된 이유를 기억하는가? 보도에 개입하는 등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자율성을 침해해 세월호 보도 참사를 불렀고, 이에 항의하는 KBS 구성원 다수가 퇴진을 요구하는 행동에 들어갔는데도, 이를 수습하려는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등 조직관리능력과 직무수행능력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는 사법부에서도 적법하다고 인정한 해임사유였다.
김장겸 경영진의 방송 독립성, 공정성, 자율성 침해와 보도 개입은 더욱 심각했던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더구나 국정원의 불법적인 방송장악 시나리오와 결탁했다는 의혹으로 더욱 악랄하다. 이런 MBC 파괴 공작에 분노한 2천 구성원들이 유례없이 강도 높은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길환영 사장은 조직관리와 운영 능력에 문제가 없었다고 항변하기라도 했다. 그런데 김장겸 경영진은 조직관리 및 운영 실패에 대해 반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관리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고 공식적으로 보고했다. 경영능력을 상실했다며 본인들이 퇴진하거나 해임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본인들이 역설하고 있는데 더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어디에 있겠는가.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 방송통신위원회가 법과 절차에 따라 방송문화진흥회 검사 감독에 들어가며 MBC의 파업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개입했다. 김장겸 경영진이 스스로 퇴진하지 않는다면 방통위는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국민과 시청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주어진 법적인 의무와 권한에 따라 한 시라도 빨리 MBC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2017년 9월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