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MBC노동조합 공동성명
MBC는 청와대방송을 자청하지 말라
우리가 만든 뉴스를 보라고 도무지 권할 수가 없다. 서울 <뉴스데스크>를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단코 ‘뉴’하지 않다. 시청자 국민의 궁금증은 안중에 없고 그 분의 안위만 걱정하는 청와대 사내 방송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대강, 세월호, 사드, 백남기농민 사망, 국정농단 최순실 보도까지 한결 같다.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했나? 청와대 바라기 경영진과 여기에 부역하는 간부들로 장악된 보도국 진용을 보면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취재를 했어도 전파를 타지 못하는 이른바 성역이 존재하고, 그 성역을 오랜 기간 외면해온 결과, 정말로 몰랐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특종은 종편에 다 뺏기고 시청률과 신뢰도는 바닥이 어딘지도 모를 만큼 나락으로 향했다.
이제 어쩔 것인가? 내친 김에 끝까지 권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뉴스로 쭉 밀고 나갈 것인가? 성역을 해제하고 신뢰도 1위의 <뉴스데스크>를 만들던, 그때의 시스템을 복원하고 능력 있고 검증된 기자들을 다시 불러들일 것인가? 아님 그분이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그 옆에 끝까지 붙어 지켜줘야 할 것인가? 그들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선명해 보인다.
마지못해 금기어였던 ‘최순실’이 거론되고는 있다지만 최대한 물타기를 하고, 민감한 사안은 곧바로 정치공방으로 몰고 간다. 기계적 중립인지 양다리 작전인지 모를 정도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분명히 말하는데 턱도 없다. 심해도 너무 심하다. 이런 보도로 속을 국민들도 아니고, ‘최순실’처럼 보상받지도 못한다. 만약 그런 보상을 원하거든 MBC를 스스로 떠나 청와대로 빨리 가라. 제 발로 나간 인사들과 쫓겨난 김재철 사장의 처지가 확연히 다르다는 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스스로 떠날 용기도 없고, 쫓겨나기도 싫다면 결단하라.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 분 말고 국민들께 용서받을 수 있는 진짜 마지막 기회다.
MBC뉴스는 한때,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이른바 ‘못된 힘센 놈’부터 깠다.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은 조건 없이 보도했고, 적어도 공표된 성역은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인터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기자를 내치고, ‘뉴스가 흉기다’라는 모욕적인 평가를 버젓이 받으면서, 오히려 경영진의 안위를 위해 ‘언론자유’를 들먹이고 있지 않은가?
공영방송 MBC, 아무리 청와대에 갖다 바치려 해도 MBC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주인들이 진짜로 우리를 버리려고 한다. 진심으로 두렵다.
과거 우리의 자랑이었던 <뉴스데스크>를 더 이상은 망가뜨리지 말라. 진정 우리는 <뉴스데스크>가 치욕의 프로그램이 되길 원치 않는다.
2016년 10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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