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노동탄압’김장겸, 안광한 불구속 처분 유감이다
‘MBC 파괴’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이제부터 시작
검찰이 오늘 MBC 전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안광한·김장겸 전 사장과 권재홍·백종문 전 부사장 등 4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언론자유를 내팽개치고 공영방송을 권력에 갖다 바친 악질 범죄자들이 뒤늦게나마 사법적 심판대에 서게 된 점은 다행스럽다.
안광한, 김장겸, 권재홍, 백종문. 이들은 지난 수년간 국가 정보기관까지 동원한 정권의 방송 장악에 협력했다. 공정방송을 파괴하고 MBC의 위상과 신뢰도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 수단은 전방위적인 노조 파괴 공작, 최악의 노동탄압이었다. 노동조합 소속 사원들을 방송 현업에서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을 신설하고 노조원을 격리했다. 조합원 신분의 보직자들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 공정방송을 요구한 조합원들을 승진에서 배제했다. 노동조합의 조직과 운영에 지배·개입하고,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준 부당노동행위들이 모두 검찰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로 인정됐다.
불구속 수사 유감, 조직적 증거인멸 봐주나?
그러나 이번 검찰 수사는 몇 가지 점에서 큰 문제를 갖고 있다. 우선 사장 신분으로 모든 범죄 행각을 주도한 안광한, 김장겸 두 전직 사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두 사람은 공영방송 MBC를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파괴한 중대 범죄자들이다. 더 나아가 수백 명의 부당노동행위 피해자들이 발생했고, 공영방송 MBC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치명상을 입었다.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 모두에게 돌아갔으며, 언론의 자유는 심각하게 후퇴했다. 범죄 행위 자체만으로도 중대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두 사람은 수사 기간 내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관련자들과의 말 맞추기를 시도했다. 특히 김장겸은 고용노동청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다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당국의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되는 내내 감독을 방해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쇄하는 등 조직적 증거 인멸을 교사한 범죄마저 드러났다.
그런데도 사건을 수사한 검찰관계자는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자기 죄에 대한 증거 인멸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김장겸 씨는 자기 범죄에 대한 증거를 직접 인멸한 것이 아니라, 직원에게 자기 범죄에 관한 증거인멸을 하도록 교사했다. 증거인멸 교사 행위는 형법 115조 1항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7백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검찰은 이 모든 것을 모른 척하고 슬그머니 넘어갔다. 노동조합은 이 부분에 대한 별도의 형사고발을 통해 반드시 김장겸 씨의 책임을 추궁할 것이다.
최기화도 면죄부, “화가 나서 찢었으므로 무혐의”?
검찰은 노동청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최기화 씨가 유배지 신설을 위한 조직 개편 작업에 참여만 했을 뿐, 유배지의 설립 의도나 인사 조치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이다. 하지만 최기화가 당시 회사의 주요 경영 업무를 총괄하는 실무 최고위급 간부인 기획국장으로 재직했던 점을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분이다.
최기화는 또 노동조합의 민실위보고서를 뭉칫째 찢어 훼손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은 인물이다. 차장검사는 ‘(최기화가) 순간적인 분노의 감정으로 찢은 것으로 보아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기화는 단순히 민실위 보고서를 찢은데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민실위 보고서의 보도국 배포를 지속적으로 금지시켰고, 보도국 기자들에게 노동조합의 전화에 응대하지 말라고 지시까지 했다. 명백하고 지속적인 노동조합 활동 방해 행위인데, 이를 모두 묵과하고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다.
함께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박용국 전 미술부장에 대해서는 ‘상부 지시에 따른 것이고, 정도가 미약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됐다. 부당노동행위의 지시자는 물론 행위자도 처벌한다는 노동법 정신에 부합하는 조치인지 의문이다.
2012년 파업, 과연 누가 불법으로 판단했나?
오늘 발표된 검찰의 수사 결과는 일정 부분 예견된 부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보도자료에서 ‘이 사건의 뿌리는 2012년 파업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도 ‘당시에는 그 파업이 불법으로 판단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대체 이 ‘판단’은 누가 했는가. 당시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것은 검찰이다. 파업의 합법성을 두고 노동조합은 처음부터 다투었다. 소송을 제기했고 검찰의 기소에 맞서 법정에서 싸웠다. 합법성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었던 것이다.
최종적인 합법 여부 판단 권한은 사법부에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동조합 집행부들을 기소한 과오에 대해 반성과 사과는커녕, 불법 행위자들을 봐주는 논리로 갖다 댔다.
법원은 2014년 5월 1심에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이듬해 2심에서도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백 번 양보하더라도 MBC 경영진이 법원 판결 이후에도 부당노동행위를 계속 자행한 것은 가중 처벌을 해야 할 사안이다. 검찰이 2012년 파업에 대해 정권의 시녀 역할을 자처하며 무리하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자신들의 과오를 감추기 위해 이번 수사의 한계를 스스로 설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오늘 검찰의 조치로 지난 7년여에 걸친 ‘MBC 파괴’에 대한 법적인 단죄가 시작됐다. 적폐 청산은 검찰이 정권에 충성하던 과오를 반성하고 진정한 국민의 공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검찰은 이들 뿐 아니라 MBC 파괴의 원흉인 김재철 전 사장과 전영배, 윤길용, 이진숙, 이우용 등 국정원의 MBC 장악 공범들을 철저히 수사해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공정방송 파괴와 방송 독립성 훼손, 제작 자율성 침해 등의 전모를 명명백백 밝혀내야 한다. 또 영상기자 블랙리스트, 방문진 사장면접 속기록 등에서 나타난 노동탄압의 실체와 각종 배임·횡령, 채용 관련 의혹 등 비리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조사와 회사 내의 감사 및 진상조사도 신속하고 철저하게 병행돼야 한다.
각종 비위와 범죄 행위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수사 당국의 의법 조치는 물론, 회사 차원에서도 사규에 따른 징계와 추가적인 형사 고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불의한 정권과 결탁해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짓밟은 공영방송 파괴범들이 준엄한 법의 심판으로 죗값을 치르는 순간까지 온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다.
2018년 1월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