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암흑 시대 7년, 그들은 어디 있었나
방송장악 묵인, “능력”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최승호 사장이 오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출석해 자회사 임원 선임을 보고하고 협의했다. 오늘 공개된 명단에서 눈에 띄는 인물들이 있다. 우선 이주환 MBC C&I 이사 내정자다. 이 씨는 김장겸 체제에서 MBC의 등기 임원인 드라마본부장을 지냈다.
또 한사람은 정호식 MBC 플러스 사장 내정자다. 정 씨는 2008년 김재철 사장 시절 외주제작센터장, 라디오본부장을 거쳤고, 안광한 사장 취임 직후인 2014년부터는 MBC 플러스에서 계속 임원을 지냈다.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으로 이어진 지난 7년 간의 MBC는 민주화 이후 사상 유례없는 방송장악의 결과물로 태어난 괴물같은 체제였다. 구성원들은 언론의 자유와 방송 독립이라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처절하게 저항했고, 수백 명이 징계, 부당전보를 감수했다. 이주환 전 드라마본부장은 등기 임원으로서 김장겸이 해임되는 그날까지도 구성원들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며 적폐 체제를 지탱했다. 더구나 지난해 노동조합의 72일 파업 과정에서 대체인력 투입 시도 등의 부당노동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결과적으로 방송장악을 묵인한 것을 넘어 정당화시킨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정호식 씨 역시 적극적인 부역은 하지 않았다고 해도, 최근까지도 자회사 임원을 지내면서 방송 장악 체제를 묵인하고 그 과실을 누린 인물이다.
최승호 사장은 “능력을 중시해 인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인사가 후배 구성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길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봤는지 묻고 싶다. 방송독립 침해에 맞서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않아도, 묵인해도, 또 적당히 방송장악을 지탱하고 정당화해도,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아니 책임은커녕 오히려 중책을 맡아도 되는 것인가?
이번 인사는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이 방송 암흑기 7년 동안 어떻게 처신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기록할 것이다.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고 책임을 묻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이런 식으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
2018년 3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