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는 윷판 위의 말이 아니다!
– 전국네트워크체제 유지, 고용안정이 정책 목표여야 한다
– 지역사와 협의 없는 지역사 생존 전략은 무의미하다
본사는 최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지역사 생존전략을 보고했다. 지속가능한 네트워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16개 지역사를 10개로 줄이겠다는 정책목표를 제시했다. 닳고 닳은 광역화가 유령처럼 다시 고개를 들었다. 윷판 위의 말을 업듯 여기는 합치고 저기는 없애고, 고민도 공감도 배려도 없다. 지역사도 공영방송 MBC라는 자부심으로 다니는 곳인데 이리저리 갖다 붙이는 꼴이다.
회사의 통합은 일반적인 경영행위와는 근본부터 다른 중차대한 문제다. 당사자와 사전에 교감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민감한 사안임을 몰랐단 말인가. 본사는 논의를 위한 단초일 뿐이라지만, 대주주인 방문진에 보고까지 한 것은 실행을 공식화한 행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통폐합 대상 여부를 떠나 모든 지역사 구성원들은 이런 전격적인 행보가 충격과 상심을 넘어 경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경남과 충북, 강원영동 등 3곳의 통합사가 있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는 찾아볼 수 없다. 흑자이던 시절 강압적으로 통합을 했지만 상황이 나빠지니 작은 사에 비해 적자 규모만 더 키운 꼴이 됐다. 법인 통합에 그쳤을 뿐 조직 통합은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책임한 경영진의 통폐합 신봉론과 무책임한 방치가 키운 결과이다. 그런데 다시 통합을 꺼내들었다. 정녕 합치면 살아남을 수나 있는 건가. 아니면 기도하는 마음으로 통합하자는 것인가.
기존의 낡은 방식으로는 MBC 네트워크를 온전히 지켜낼 수 없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대부분 지역사가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유보금에 의지해 연명하는 형편이다. 정상적인 법인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경영 행태이지만 쇄신 움직임은 없었다. 그렇다고 손에 잡히는 대로 뭐라도 해봐야지라는 심정의 생존 전략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시행착오가 있어서도 안 된다. 수많은 조합원의 삶터요 일터이자 지역 공영방송 기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고 적확한 방안이어야 한다.
지역사 사장들은 지부와 머리를 맞대고 존속 방안을 찾아야 한다. 독단적 방안을 보고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조합은, 전국 네트워크 유지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지역사 경영 구조가 선행돼야 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논의에 지역사와 조합은 주도적이어야 한다. 본사는 지역사와, 사측은 조합과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성실하게 협의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이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노사간 진정어린 대화가 열릴 수 있다.
2020년 7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