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에게 방통심의위원의 자격이 있는가?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시끄럽다. 방심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이 공정과 정의의 가치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방송을 위해 고된 투쟁과 정상화의 길을 걸어왔던 우리로서는 이장석 전 MBC 보도국장이 방심위원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장석이 누구인가. MB의 낙하산 김재철이 사장으로 내려와서 처음으로 임명한 보도국장이었고, 공영방송 MBC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선·후배, 동료들이 내쫓기고 핍박을 받는 동안에도 요직을 거치며 ‘꽃길’을 걸었던 인사였다. 과연 그가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장석이 시사프로그램인 ‘뉴스후’의 부장으로 있는 동안, ‘뉴스후’는 프로그램 이름이 바뀌고, 시청률 사각 시간대로 내몰렸다. MBC 시사보도가 제 역할을 빼앗기고, MBC의 공정성과 경쟁력이 악화되는 시발점이었다. 맡았던 프로그램은 만신창이가 됐는데, 그는 보도국의 수장으로 영전하였다. 그가 보도국장으로 있는 동안 <뉴스데스크>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충실한 검증과 총리실 민간인 사찰 같은 정권에 불리한 이슈에 철저히 침묵했다. “(민간인 사찰 보도는) <PD수첩>이 했는데 우리까지 해야겠느냐”는 게 그의 항변(?)이었지만, 대통령 신년 좌담회는 타사가 주도했는데도 MBC까지 나서서 생중계했다. 공영방송 MBC가 ‘MB 홍보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한 게 바로 이 무렵이었고,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파업의 불씨가 당겨진 것도 이때부터였다.
2014년 ‘공정방송은 근로조건’이라는 역사적 판결과 함께 조합 집행부가 해고 무효 소송에서 승소했는데도, 당시 회사는 억지 논리로 법원 판결을 반박하는 보도 자료를 내고 해직자의 복귀도 막아섰다. 이때 경영기획본부장으로 회사의 경영과 대외 업무를 총괄하고 있던 자가 이장석이다. 정권이 노골적으로 방송을 장악하고 언론 노동자를 탄압하던 그 엄혹한 시절에도 그는 승승장구했다. MBC 사장이 김재철에서 김종국으로, 다시 김종국에서 안광한으로 바뀌는 동안에도 공정방송을 위한 조합원들의 투쟁을 외면한 채, 그 반대편에 서서 요직을 돌아다니며 개인의 잇속을 챙겼을 뿐이다.
더 답답한 것은 이런 인사를 추천한 당사자가 집권 여당 출신의 국회의장이라는 사실이다. 방송통신심의원회는 시청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심사하는 막중한 공적 책무를 지닌 기관이다. 그런 만큼 더욱 신중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자격을 갖춘 유능한 인사를 선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자의 이력과 행적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부적격 인선이 강행된다면, 단지 학연 등 개인적인 연고가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런 의심과 의혹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공정과 정의를 요구하면서 촛불을 들었던 국민의 분노와 실망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해법은 간단하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장석의 방통심의위원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
2021년 1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