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바라는 사람에게 여수MBC는 없다
여수MBC의 대표를 찾는 공모절차가 시작됐다. 노사공동 임원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다음 주면 대주주의 최종 결정이 이뤄진다. MBC가 구체제를 벗어난 이후 두 번째 맞는 지역사 사장 선임 절차다. 우리는 이곳에서 현 시스템의 불완전성에 대해 굳이 열거해 지적하고 싶지 않다. 지역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불만이 없을 수 없지만 서로의 요구와 현실 사이 간극을 인정해야 했던 노사 간의 고뇌를 기꺼이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대표가 될 사장 후보자들에게 한마디 질문이나 요구조차 할 수 없는 절차적 허점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종 2배수 후보가 낙점될 때까지 그들의 경영비전은 고사하고 자세한 면면조차 확인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 허탈하고 서글프다. 여수MBC의 수장을 꿈꾸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또 구성원들의 뜻을 대리할 위원과 본부의 임원진에게 공개적으로 우리의 요구와 질문을 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MBC 지역사 사장’이 아닌 ‘여수MBC 사장’을 희망하는 대표자를 원한다. 회사 내부인이든 외부인이든, 여기도 좋고 저기도 좋다는 인사는 절대 거부한다. 이는 단순한 자존심의 발로가 아니다. 지역 지상파의 방송 환경이 너무나 절박하고 각 지역MBC가 처한 여건들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여건과 증상이 다르다면 처방도 특별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수MBC 사정은 더더욱 그렇다. 어느 곳이든 괜찮다는 인사에게 한가한 적응기를 주며 특별한 환경의 우리 일터를 맡길 수는 없다. 여수MBC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애정이 있는 사람만이 경영자로서 자격이 있다.
나아가 위기에 처한 회사를 본 궤도에 올려놓을 보다 구체적인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막연한 의지와 포부를 넘어 확실한 경영 계획과 목표를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경험과 연륜, 덕망을 내세우며 자리에 앉아 적당히 임기만 마치는 사장들을 이미 숱하게 겪었다. 지금 우리는 회사를 살릴 경영자가 필요하다. 누가 보아도 수긍할 수 있을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갖춘 대표’를 원한다.
여수MBC 대표로서 지녀야할 필수이자 최후의 덕목은 ‘지역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이다. 그 누가 경영자가 되더라도 이제는 지역의 입장에 서야 한다. 재임 기간 내내 서울의 시각, 중앙의 관점에서 지역을 바라봐온 인사들에게 우리는 신물이 난다. 극심해 지는 수도권 집중의 상황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지역을 대변할 투사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함께 해야 할 투쟁은 지역방송 콘텐츠, 지역 문화의 부활을 통해 진행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과 협의에 나설 수 있는 진정한 언론인’을 우리는 원하는 것이다.
회사 안팎의 여러 인사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다시 한번 밝힌다. 안일한 생각과 자리를 탐하는 속된 욕심이라면 즉각 거두기 바란다. 위기를 극복할 구체적 이정표도 없이, 여전히 중앙의 관점으로 지역을 대상화하면서, 그저 적당한 안식처를 찾는 인사들에게 전한다. 여수MBC는 당신들을 위한 회사가 아니다.
2021년 1월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여수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