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미래전략, 지속가능성을 넘어 작지만 강한 지역 방송의 밑그림을 그려야
차기 지역사 임원 선임 공고가 발표되었다. 이제 조합과 회사는 노사 동수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최종 2배수의 후보 선정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안팎으로 나타나는 지표들은 지금 현재 우리가 서있는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인데, 유례없는 위기라고 하는 현재보다 닥쳐올 위기가 더더욱 심상치 않아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임시사옥/신사옥 이전, 다양한 신규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 침체된 제작 현장의 분위기 쇄신, 뉴스와 프로그램 경쟁력 확보 등 ‘변화와 혁신’을 통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어느 때 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기에 대구MBC의 새로운 사장 선임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첫 걸음으로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작지만 강한 지역방송의 위상
생존의 위협 앞에 지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경영위기라는 이유로, 경비절감이라는 핑계로 스스로 제작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단언컨대 조합은 우리 내부에 스멀스멀 자라날 수 있는 ‘제작무용론’을 경계한다. 지역성과 공영성 강화, 감시와 비판 기능 강화를 통해 공영방송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 우리의 존재가치를 뉴스와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증명해 내는 것, 이것이야 말로 새롭게 취임하는 사장이 절대적으로 지켜내야 할 가치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역 언론으로서 튼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 때 우리의 사업도, 경영도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무한한 콘텐츠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고, 그 속에서 더더욱 힘든 지역방송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제작 역량 강화에 힘써 작지만 강한 지역방송의 기틀을 새롭게 다져야 할 것이다.
생존을 위한 미래 전략
다양한 사업과 투자,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물적 토대의 확보’ 라는 기틀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과거 지상파 독점시대 넘쳐나는 광고로 먹거리 걱정 없던 시기는 이미 수년 전에 끝이 났다. 사고의 전환, 혁신의 문화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한 때이다. 수익 창출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모델을 개발해야 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인력과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옥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산은 제 역할을 하는 지역방송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에 재투자 되어야 하고, 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이라 할지라도 과감한 판단과 결단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혁신을 꾀할 수 있는 조직과 인사
지난 몇 년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적자는 우리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그 어떤 논의도 ‘숫자’ 앞에 할 수 없었고, 구성원들의 사기와 의욕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이다. 여기에 신규인력의 채용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구성원들의 2/3가 부장이상인 비정상적인 인력구조를 보이고 있다. 과감해져야 하다. 현재를 버리지 않고서는 한 발도 움직일 수 없는 현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향점은 분명하다. 일 중심의 조직, 연공서열을 과감히 혁파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회사는 분명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세대 간, 직종 간의 갈등과 이기주의를 넘어서야 하고, 변화와 혁신을 통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해야할 것이다. 사장으로서의 리더십은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적극적 동의를 이끌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조직 혁신을 해나갈 수 있다면 조합 또한 그 혁신의 한 축으로 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는데 앞장 설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미래, 우리의 손으로
지난 파업의 끝에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물로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지역사의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이자 절차로서 임추위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그 전제조건으로 우리는 임추위의 결정 과정이 절대적으로 투명해야 함을 요구한다. 과거처럼 정치권이나 외부의 입김에 의한, 혹은 ‘보은 인사’와 같은 식의 임명이 반복되어서는 곤란하다. 지역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위기에 처한 지역의 미래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인사를 선발해야 할 것이다. 과거 적폐시절부터 반복되어온 구태를 혹여 라도 답습한다면 이는 임추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고, 지역 구성원들의 열망을 무참히 짓밟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만들어 가는 지역방송의 미래, 대구MBC의 미래, 그 중심에 지역 구성원이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2021년 1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대구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