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 강재원 이사가 어제 오후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MBC의 보도와 방송프로그램의 제작 과정에 관여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강재원 이사는 자신이 속해있는 소위원회인 미래발전위원회의 분과 활동 내용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MBC 공정방송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포함시키는 사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빌미로 미래발전위원회 예산의 추가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MBC 경영 감독기관에 머물러야 할 방문진이 사실상 MBC의 편성과 방송 제작에까지 관여하고 간섭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MBC 공정방송위원회는 언론노조 MBC본부가 방송의 독립성 유지와 공정방송 실현을 위하여 노사 협약에 의해 운영 중인 독립적인 내부 기구이다. MBC 사장과 언론노조 MBC본부장을 포함하여 노사 각 5명 동수로 구성된 공방위에서는 MBC 방송 종사자가 방송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의 부당한 개입이나 외부의 압력을 받을 경우 그것이 공정방송 강령과 규약 등에 위배되는 사안인지 심사하고, 더 나아가 책임자에 대한 문책까지 요구할 수 있는 기구이다. 그런데 이 같은 역할을 하는 공방위에 방문진 추천을 받은 외부 인사를 사측 구성원 5명 가운데 포함시키겠다는 발상은 MBC의 편집·편성권을 마치 경영권과 같은 사용자의 전속 권리로 바라보는 위험한 인식에 기초한다고 보여진다. 이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방송법에도 명백하게 위배된다. 방송법 제4조는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하여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고, 방송사업자는 방송편성 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누구든지’는 MBC 내부인이 아닌 모든 외부인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방문진 추천 외부인사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MBC의 방송편성과 제작은 법에 따라 어떠한 형태의 외부 규제나 사전 간섭도 받아서는 안 되지만, 방송이 된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해서는 사후에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모니터링 기구가 이미 방송법과 방통위 시행규칙에 의거해 MBC 사규에 따라 운영 중이다. 전원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MBC 시청자위원회는 시청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방송 내용과 편성에 대해 평가를 하고, 시청자 권익이 침해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의견 제시는 물론 프로그램 시정 요구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공정한 심사와 투명한 운영을 위하여 MBC 시청자위원은 엄격한 자격 심사와 선정 과정을 거쳐 선임된다. 방송 사업에 종사하거나 공무원 신분, 특정 정당의 당원일 경우 후보 자격이 박탈되고, MBC와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사람은 시청자 위원 후보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MBC 내부인사 역시 시청자위원회 활동에 개입할 수 없고 위원회의 지적 사항과 개선 내용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된다. 따라서 방문진이 추천한 외부인사가 MBC 공정위에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는 더더욱 찾을 수 없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강재원 이사의 ‘외부인사 공방위 참여’ 발언이 자칫 MBC의 방송 독립을 침해할 수도 있는 심각한 수위에 해당한다고 본다. 또한 강 이사가 방문진 이사 3년 임기를 고작 두 달여 남긴 상황에서 방송 편성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데에는 결국 방문진 이사 연임을 노린 정치적 계산이 숨어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일각에서는 강 이사가 이 같은 방안을 제안하기에 앞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등 일련의 MBC 보도가 불공정하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해왔다고 한다. 만약 강 이사가 공방위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려는 의도가 MBC 보도에 개입하기 위함이라면 이는 방문진 이사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넘어 엄연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하려는 강 이사의 추가 움직임이 드러날 경우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임을 밝혀둔다.
2021년 5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