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입니다.” _이성주 위원장

관리자 0 1,427 2013.05.02 20:21



다시 시작입니다.”

 

 

화창하던 봄날. 돌연 먹구름이 끼더니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습니다.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행인들은 이 비가 반갑지 않았겠지만, 그 빗방울을 맞는 봄날의 밝은 연두색 이파리들은 물기를 머금고 더 투명하게 빛났습니다.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꽃이 떨어진 자리에 열매가 맺힙니다.

 

권력을 쥔 자들의 뜻이 관철되기에 용이한 엄연한 현실. 우리의 바람은 그저 상식이 통하기를 원했던 것이지만, 그것은 그저 우리만의 생각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잔뜩 구름낀 하늘, 굵은 빗속에서 선택된 MBC의 사장은, 차마 우리가 ‘MBC의 새로운 사장이라고 부르기 어색한 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현실인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현실이 언제나 우리가 기대한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의 삶속에서 여러 번 겪어왔기 때문입니다. 또 수많은 좌절 속에서 우리는 오늘의 현실에 낙심하고 주저앉을 때 결코 내일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새 사장의 임기는 10개월, 우리가 사랑하는 MBC를 되살리기 위해 결코 넋을 놓고 놓쳐버릴 수 없는,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입니다. 새로운 시간, 다른 계절의 시작입니다.

집에 나른하게 앉아 이미 져버린 봄날의 꽃들을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할 시기가 아닙니다.

 

작업복을 갖춰 입고, 장화를 신고, 농기구를 들고 모두들 논과 밭으로 나가야 할 때입니다. 비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불어오는 바람을 핑계대지 맙시다. 지금 고랑을 내고 흔들리는 가지를 붙들어 매고 잡초를 깨끗하게 뽑아주는 일들을 해야만 합니다. 꽃이 진 바로 그 자리에 맺힐 튼실한 열매를 위해, 다른 누가 아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입니다. 다시 제자리를 찾아야할 자랑스러운 MBC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입니다.

 

우리는 정도(正道)를 말할 것입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 우리가 말하는 상식을 두고 비웃음을 웃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합니다. 정도를 부정하려고 한다면, 또 다시 스스로를 부정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 다시 비극적인 말로를 맞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싸워야 할 때 싸울 것입니다. 명분있게 싸울 것입니다. 어떤 순간에도 원칙 있는 길을 갈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우리 조합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힘을 냅시다. 다시 시작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위원장    이 성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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