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보도자료

PD수첩의 성역 없는 취재는 계속되어야 한다


PD수첩의 성역 없는 취재는 계속되어야 한다

 

 

 

 

조계종단 수뇌부의 부도덕함과 비청정성을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에서 다루고, 종교권력의 적폐 양상을 드러내 불교계는 물론 우리 사회의 지도급 인사에 대한 비판과 감시, 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언론이 금기시 하는 종교인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 일반언론이 맡아야 할 책무를 확장한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지난해 11월 한국불교언론인협회가 <PD수첩> ‘큰 스님께 묻습니다편 제작진에게 만해언론상 대상을 수여하며 밝힌 선정이유다. 지난 해 51일 방송된 <PD수첩> ‘큰 스님께 묻습니다편은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학력위조, 사유재산 은닉 등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아울러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현 해인사 주지)의 성추행 의혹과 법인카드 유용 문제도 제기했다. 조계종 역사상 처음으로 총무원장이 탄핵되는 등 불교개혁운동을 촉발시켰던 화제작이었다.

 

그런데, 최근 경찰은 해당 <PD수첩> 제작진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의혹의 당사자였던 현응 스님은 방송 직후 강효임 PD, 정재홍 작가 등의 제작진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종로경찰서가 당사자들을 15개월 간 조사한 뒤 최근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송치한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복기해보면 언론 자유에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먼저 자신을 비판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의 행태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자신의 잘못은 명예훼손이라는 구실로 가리고, 종교계에 대한 언론의 감시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오기로 밖에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 권력은 비판 받을 수 없는 성역인가. 조계종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받은 총무원장와 함께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었던 장본인이 과오에 대한 성찰은커녕, 형사 고소부터 하는 행태는 자신뿐만 아니라 조계종단 전체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고소를 취하하고, 한국 불교계의 명예를 더 이상 떨어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종로경찰서의 수사 과정과 결과 역시 석연치 않다. 우선, 형평성의 문제다. 피해자 조사를 통해서 비교적 단기간에 밝힐 수 있는 현응 스님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PD수첩의 정당한 취재만을 문제 삼고 조사하는 수사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종로경찰서가 내린 기소의견에 대한 문제다. 작년 51<PD수첩> ‘큰 스님께 묻습니다편의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은 본 방송이 공익적인 목적을 추구하고 있고, 제시된 자료가 치밀한 취재를 통해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으며, 충분한 반론기회를 부여했다며 방송을 허용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경찰이 PD수첩 제작진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결과는 상식적이지 않다.

 

혹시 종로에 위치한 조계종의 위세에 밀려 종로경찰서가 편파수사 및 기소의견이라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지난 3<PD 수첩>이 방영한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편에서도 지역 유력 인사인 방용훈 사장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던 관할 경찰서의 행태가 드러나 국민의 지탄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와 수사과정이 너무나 흡사하다. 더욱이 15개월이나 묵혀두었던 이 사건을 이제야 송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하여 <PD수첩> 제작진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면서 언론에 수사진행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표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라 수사기관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 상당 부분이 언론에 일방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가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사건을 상식적으로 다루고 있는지 의심할 대목이다.

 

이제 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공교롭게도 최근 <PD수첩>은 검찰의 불합리한 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검찰 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행여 검찰이 이 사건을 정치적 관점에서 처리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직접 보고 듣고 겪었던 검찰의 행태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특히 <PD수첩>이 과거 검찰로부터 받은 피해와 고난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검찰은 이러한 과오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 할 일은, 법원에서 이미 인정한 것처럼 공익과 알 권리를 위한 언론 보도는 명예훼손의 대상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임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성역 없는 수사가 검찰 본연의 임무이듯, 성역 없는 보도 역시 언론의 본질적인 책무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PD수첩이 성역 없는 취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법과 원칙에 따른 합리적인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20191113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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