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공동성명] 지역MBC 사장단의 정체성을 묻는다

지역MBC 사장단의 정체성을 묻는다

 

 

 

지난 21일 예정됐던 지역MBC 사장단 회의가 갑자기 취소됐다. 서울 모 호텔 회의실이 예약됐고 사장들의 출장일정까지 확인됐지만 당일 정해진 장소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회의장 입구에서 공개적으로 지역 구성원들의 제안과 요구를 전하려 했던 조합 지부장단의 소통의지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피케팅을 통해 평화적으로 노동조합의 의사가 전달될 수 있었던 장소에서 지역 사장들은 도망치듯 피해버린 것이다.

 

지역MBC 사장들에게 묻는다. 공식적으로 예정됐던 일정이 돌연 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회의장에 들어가는 길목에서조차 노동조합을 대면하기가 불편했던 것인가? 조합의 제안을 마주하고 논의석상에 올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는가? 우리가 허탈했던 것은 결코 그날의 불발된 만남 때문만이 아니었다. 지역MBC를 이끌어 가는 수장들의 행동에서 MBC 네트워크의 암울한 현실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당신들에게서 지역사의 현실적인 문제와 요구에 치열하게 부딪힐 용기도, 해결할 의지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합은 사장단에 진지한 고민을 제안하고 싶었다. 지역을 불문하고 최악을 치닫는 경영난의 현실과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방송 영향력의 암울한 상황에 대해, 또 이런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들에 대해서다. 지역 지상파의 구조적인 제약을 풀어낼 대안도 고민해 주기를 바랐다. 새 정부가 정책과제를 수립할 당시 지역MBC의 생존을 위해 지역 사장단이 어떤 요구를 해왔는지, 방송정책의 정점이 될 방통위원장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과 요구를 가지고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이것이 부당한 질문이고 무리한 요구인가?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재허가 조건으로 내건 사외이사 신설의 취지에 어긋나는 주주총회를 강행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묻고 싶었다. 사장단 회의 전날 상암 MBC 사옥에서 열린 울산과 춘천, 전주MBC 3개사 주총에서는 3명의 사외이사가 임명됐다. 전직 MBC 감사실장과 백화점 홍보담당 임원, 그리고 언론부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전 MBC경남 사장 황용구씨를 버젓이 임명한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지역MBC 사장들이 김장겸 사장의 현 MBC 체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엄중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당신들은 현 김장겸 체제로 지역MBC를 살릴 수 있다고 보는가? 본사의 이념적, 정파적 편파성과 부당징계로 점철된 퇴행적 행태들이 지역에 미치는 악영향을 극복할 수 있는가?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종속의 상황에서 지역MBC가 얼마나 버텨낼 수 있다고 보는가? 이제 지역 사장단들이 확실하게 스스로의 입장을 밝혀야할 시점이다. 자리보전을 위한 눈치 보기에 앞서 평생 언론인으로서 살아온 자존감으로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야 할 때다.

조합은 지역MBC 사장단의 정기적 회의를 반대할 생각은 없다. MBC의 현실과 지향에 대해 기탄없이 의견을 나누고 통일된 입장과 의지를 다지기 위한 교감의 자리라면 오히려 적극 지원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피하고 보자는 그런 만남이라면, 이쪽저쪽 눈치나 살피며 저급한 정보나 나누는 의미 없는 자리라면 회의기구 자체를 즉각 해체하기 바란다. 속절없이 몰락해가는 지역 MBC에 이를 용인할 더 이상의 여유는 없기 때문이다. 지역MBC 사장단은 격에 맞는 내부 소통 구조를 갖추고 현 상황에 대한 자신들의 의지와 지향을 명확히 밝히라. 이제 그래야 할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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