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특보159호]원칙도 준비도 없는 날림 조직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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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도 준비도 없는 날림 조직개편




김재철 사장이 예고했던 조직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비상경영체제하에서 축소됐던 일부 조직의 확대와 경기.인천지사 설립 등이 그 핵심이다.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는 사전에 노사간 협의를 거친다는 단체협약에 따라 조합은 지난 1일 처음으로 사측의 설명을 들었다.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사측의 조직개편안은 치밀한 사전 검토나 준비 없이, 사장의 지시에 따라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사측의 조직개편안은 현재 1실 6본부 16국(단) 91부(팀)으로 편제되어 있는 조직을 1실 7본부 22국(단/실/지사) 95부(소)로 확대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작년 비상경영체제하에서 조합과 구성원들의 반대를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축소했던 아나운서실, 스포츠기획제작부, 영상미술센터 등이 국으로 환원됐고 글로벌사업센터와 신사옥건설센터가 각각 본부와 국으로 확대됐다. 또한 경기인천지사, 법무노무부, 신사옥방송기술부, 뉴미디어사업부 등이 신설하는 것으로 되어있다.(표1 참조)
<표 1>



경인지사 신설...지자체 협찬 따내려고 뉴스 만드나?




가장 큰 문제는 신설되는 ‘경기.인천지사’다. 수도권이 인구수나 지자체 예산규모에서 서울을 능가하므로 이 지역 시청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지만, 실제적으로 경인지역 지자체,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돈을 벌겠다는 속내를 굳이 감추지 않았다. 한마디로 경인지역과 관련된 보도 및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고 지자체 협찬수익을 챙긴다는 계획이다. 이는 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팽개친 채 ‘땡기는 뉴스’를 만들고 ‘앵벌이 기자’가 되라는 얘기에 다름아니지 않은가.




사실 경인지역 기사 발굴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는 보도국 안에서도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경인지역의 경우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언론의 감시가 소홀해 권력형 토착비리가 적지 않게 있어 왔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고발해야 한다는 것이 보도국 기자들의 문제의식이었다. 그러나 사측은 어처구니없게도 정반대의 관점에서 경인지사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상주기자만 7명... 누구를 보내겠다는 건가?




인력배치도 문제다. 사측은 지사장과 사업관리 인력 1명을 제외하고도 7명이나 되는 취재기자를 경인지사에 상주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재 보도국 사회 2부 소속인 4명의 수도권 주재기자까지 포함하면 수도권에만 11명에 달하는 기자가 있는 셈이다.) 자치단체 홍보해주고 협찬수익 올리는 기자를 두는 것도 문제지만, 도대체 이 많은 인력을 어떻게 채운다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사측은 조합의 질문에 자원자를 찾아보고 없으면 발령을 내겠다고 답했다. 해당 기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7인의 ‘경인 기자’들에 대한 지휘라인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측은 경인지사가 부사장과 (국장급) 지사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이 쓰는 기사는 보도국장의 지휘아래 방송되는 뉴스에 나가는데, 정작 취재와 기사작성은 지사장의 지시를 받는다니, 앞뒤가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사측은 우선 지사부터 만들고 나서 제기된 문제점들은 천천히 검토해보면 되지 않겠냐는 태도를 보였다. 경인지사가 그렇게 중요하다면서도 어떻게 이처럼 기초적인 문제점조차 대안을 내놓지 않고 시작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경영진은 나중에 문제되면 다시 없애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잘못된 판단에 따른 피해는 우리 MBC 구성원 모두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전문성 무시한 디지털본부 축소지향




이번 조직개편안의 또 다른 특징은 작년 비상경영체제하에서 축소됐던 조직이 사실상 ‘원상회복’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기존의 실, 센터가 “부국장 단위 조직임에도 인사권과 고과권을 갖는 기형적 형태로 운영되는 것을 바로잡는 것”일뿐 ‘원상회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측도 인정하듯 조직 축소는 경제위기 상황하에서의 일시적인 개편이었으며, 엄기영 전 사장이 작년 노사협에서 약속했듯 문제점이 노출되면 바로 잡아야 하는 기형적인 조직개편이었다. 그런데 타 부문의 문제점은 바로잡는 상황에서, 축소된 디지털본부 문제만을 외면한다는 점에서 이번 조직개편에 어떤 원칙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직을 분할하거나 통합하는 데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크기와 업무이다. 즉, 조직이 지나치게 크다면 나누어야 하고 너무 작다면 통합해야 한다. 또한 한 조직 내에 이질적인 업무가 혼재되어 있다면 나누어야 하고 비슷한 업무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다면 통합해 주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현재 디지털 본부의 조직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비합리적인 조직을 바꾸려는 어떠한 노력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디지털본부는 이미 부서 단위 조직부터 지나치게 많은 인원과 함께 너무 광범위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TV 프로덕션 설비를 주로 담당해야 할 제작기술국에 뉴스를 다루는 부서와 라디오를 운영하는 부서가 섞여있고 대내외 기술정책과 기획, 그리고 R&D 업무만으로도 벅찬 디지털 기술국에 송출, 송신업무 까지 얹혀 있으니 국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디지털본부 내에서 아무리 순환근무를 하더라도 한 사람이 관리 및 R&D, 송출송신, 제작 등의 업무를 고루 경험하기는 어렵다. 즉 현재와 같은 조직이라면 국장이 국내의 특정 부서 또는 특정업무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며 따라서 조직운용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국장이 어느 부서의 업무가 많은지 국내 자원배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하지 못한다면 그 국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국장이 대내외의 협력이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는데 거의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부닥쳐야 한다면 아무래도 진행이 더디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시사교양PD 출신 직원이 드라마국장을 맡고 스포츠PD 출신 직원이 보도국장을 담당한다면 업무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국장이 업무 장악을 포기하고 각 부서가 알아서 하라고 방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하는 편이 더욱 적절한 표현인 듯하다.




디지털본부 구성원들의 사기는 외면해도 된다는 말인가?




더욱이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본부 구성원들의 사기이다. 370여명의 인력을 운용하는 디지털본부가 회사 내 22개 국 단위 조직에서 불과 2개의 국을 운용한다는 점, 그리고 거의 100개에 이르는 부서 단위 조직에서 불과 10여개의 부서만 운용하고 있다는 데에 디지털본부 조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절망을 넘어 이제는 분노로 치닫고 있다. 방송사의 최대 재산은 돈도 아니고 시설도 아니고 바로 사람이다. 370명에 이르는 소중한 자산이 기가 꺾여 버렸고, 더 이상 신명나게 일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본부의 경쟁력, 더 나아가 회사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사측은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조직개편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측도 경인지사나 디지털 본부 조직개편과 관련한 조합의 문제제기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한 만큼 일방 추진을 포기하고 빠른 시간내에 노사협에서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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